나날이 격화되는 에너지 확보 경쟁이 지구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지구의 허파’ 아마존강에 이어 이번엔 북반구의 마지막 청정지대로 꼽히는 바이칼 호수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중앙아시아의 바이칼호수 인근을 관통하는 대규모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가 최근 러시아 정부 산하 환경감시기구의 승인을 얻음에 따라 상반기 중 공사 착수가 가능해졌다고 8일 보도했다.
●아시아 시장 원유공급 위한 대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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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는 러시아 정부가 최근 국제 석유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원유를 공급할 목적으로 국영 파이프라인 기업인 트랜스테프트와 함께 수년 전부터 구상해온 것이다. 송유관은 동시베리아에서 시작해 중·러 국경지대를 거쳐 연해주까지 장장 4000㎞에 걸쳐 이어진다. 예정대로 완공되면 2009년부터 하루 160만배럴의 원유를 중국과 한국 등에 공급하게 된다.
문제는 송유관이 통과하는 지점이 바이칼 호수와 불과 8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담수호다. 수량이 빙하를 제외한 전세계 담수량의 20%나 된다. 세계에 하나뿐인 민물표범과 100여종의 토종 동물이 서식하는 까닭에 10년 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환경재앙 우려” 처음엔 국가자원부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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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들은 송유관이 파괴되면 생태계의 보고인 바이칼 호수에 돌이킬 수 없이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주무부서인 러시아 국가자원부와 프로젝트를 심의한 환경기구도 처음엔 이 지역에 빈번한 지진피해를 우려해 반대했다. 하지만 아시아 원유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크렘린의 강력한 의지가 확인되면서 입장을 뒤집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송유관 사업에 자금을 대는 미국과 유럽, 일본의 은행들에 재정지원 중단을 호소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영 파이프라인회사 트랜스테프트의 사이먼 바인시토크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바이칼호수 인근을 지나는 파이프라인을 3배 이상 두껍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을 향해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확보를 두려워하는 국외 세력들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도 위험
환경단체들은 국가간 자원확보 경쟁이 ‘에너지 안보’를 표방하는 민족주의적 열정과 결합, 생태계 파괴에 면죄부를 남발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남미에서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3개국 정상이 아마존 밀림지대를 관통하는 8000㎞의 가스관 건설에 합의하면서 환경파괴 논란이 가열됐다.
가스관 프로젝트는 에너지를 매개로 남미 대륙을 정치·경제적으로 통합하려는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정치적 구상에 의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가스관이 지나는 아마존 열대우림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것”이란 환경운동가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3-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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