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하루 200만배럴의 증산 여력을 완전 가동하기로 20일(현지시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소폭 하락에 그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이날 거래된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0월 인도분은 배럴당 66.23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1.16달러 내린 데 머물렀다. 반면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은 허리케인 리타의 영향이 하루 늦게 반영돼 배럴당 57.21달러로 1.62달러 상승했다.
원유 시장이 증산 합의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허리케인 리타의 영향도 있지만 이번 합의의 이면에 주요 석유 소비 국가들의 압력을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하려는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루 2800만배럴의 공식 산유 상한을 4·4분기에도 유지하기로 한 것을 부각시켰고 BBC도 ‘OPEC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OPEC이 이번 결정을 통해 지금의 고유가가 ‘원유난이 아닌 정제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원유 공급이 달릴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원치 않을 경우 (증산 여력을 풀가동해) 시장에 내놓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단언해 이번 조치가 ‘생색내기’임을 분명히 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애널리스트 폴 호르스넬은 OPEC이 원유를 추가 공급해도 고유황 저급유가 대부분이어서 도리어 정유난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5-09-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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