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권리” “생명 존중” 안락사 논쟁 확산

“죽을 권리” “생명 존중” 안락사 논쟁 확산

입력 2005-03-23 00:00
수정 2005-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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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영양공급 튜브가 제거된 ‘15년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41)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부모들과 미 정치권의 노력이 또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플로리다주 탐파 연방지법 제임스 위트모어 판사는 22일 오전 의료진이 시아보의 영양공급 튜브를 다시 연결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상원의 긴급명령을 거부했다.

●부시와 상하원의 노력도 무위로

위트모어 판사는 시아보 부모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판시했다. 영양공급 튜브를 제거토록 한 플로리다주 법원의 결정이 시아보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미 상하원은 부활절 휴회 기간에도 불구하고 긴급소집돼 시아보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이 사건을 연방법원이 재심리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가결시켰고 조지 부시 대통령도 1시간 후 법안에 서명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법원의 거부에 따라 좌절됐다. 정치권의 가세로 치열한 법적 논쟁이 벌어진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7년 동안 시아보의 남편 마이클에 맞서 그녀의 생명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한 부모들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제11 연방항소 순회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시아보가 영양공급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열흘 안에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아보의 안락사를 두고 미 법정은 7년동안 29차례 모두 시아보의 ‘죽을 권리’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려왔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정치권이 결말이 뻔한 쇼를 벌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누가 생사를 결정할 수 있나”

정치권이 안락사 논쟁의 한가운데 뛰어들면서 교황청이 가세하는 등 논란이 미국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황청은 21일 시아보의 급식 튜브를 제거한 조치를 비난하며 누구도 인간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교황청이 발행하는 신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이날 “신과 인류 앞에서 누구에게 삶의 특권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누가 세우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식물’이 아닌 한 인간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을 온세계가 무력하게 TV와 신문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고 개탄했다.

교황청에서 생명윤리 문제를 담당하는 엘리오 스그레치아 주교와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도 시아보의 생명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명존중이냐 정치적 쇼냐?

이 사건을 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보수주의자들은 안락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생명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다.

부모들은 시아보가 눈을 깜박이고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등 분명히 살아있는 상태라고 주장하지만 의사들은 시아보가 미소를 짓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종의 반사작용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법원이 지명한 의사들은 시아보가 뇌사에서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증언했다.

상당수 미국인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보수진영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특별법을 만들면서까지 연방정부와 의회가 사적 영역에 개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이들은 반문한다.

미국 ABC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3% 대 28%로 시아보의 급식 튜브 제거에 찬성 의견이 많았다.

70%는 연방의회 개입이 온당치 않다고 밝혔으며,67%는 정치권의 ‘테리 살리기’가 정치적 이득을 노린 행동이라는 쪽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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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장택동기자 bsnim@seoul.co.kr
2005-03-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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