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레바논

혼돈의 레바논

입력 2005-03-11 00:00
수정 2005-03-1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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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피플파워’에 굴복, 지난달 28일 총리직을 사퇴한 오마르 카라미가 10일만에 다시 레바논 총리에 복귀했다. 야당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레바논 의회는 9일(현지시간) 의원 128명 가운데 친시리아계 71명의 지지로 수니파인 카라미를 총리에 재추대했다.

레바논 헌법상 대통령은 기독교, 총리는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 출신이 맡게 돼 있다. 에밀 라후드 대통령은 의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10일 카라미를 총리에 공식 임명하고 5월 총선까지 선거를 관리할 거국정부를 구성토록 했다.

헤즈볼라등 친시리아계의 대 반격

카라미 총리의 복귀는 ‘백향목 혁명’으로도 불린 야당의 정치공세에 친시리아계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 먼저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슬람 무장단체이자 의회 내 다수 의석을 확보한 헤즈볼라가 9일 시리아를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를 통해 ‘세’를 과시함으로써 향후 정국운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의회에 50여석을 확보한 야당은 총리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라후드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총선을 위해 거국 중립내각의 구성을 요구했다. 야당은 또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사건 조사, 시리아 군과 정보요원들의 완전 철수, 레바논 보안요원들의 사퇴 등도 제시했다.

그러나 친시리아계인 라후드 대통령은 야당의 요구를 거절하며 이번 협상은 신임 총리의 지명에 국한된 것이고 하리리 암살사건의 조사도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리리 암살 이후 반정부 퇴진운동을 이끈 드루즈파(시아파의 한 갈래)의 지도자 왈리드 줌블라트는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카라미의 총리 지명은 시간낭비이며 반정부 시위를 계속 벌이겠다.”고 밝혔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카라미의 복귀에 레바논과 시리아 정보기관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레바논의 새 정부는 시리아가 아닌 레바논 국민의 의지가 반영돼야 하며 총선에서 야당을 배제하려는 어떠한 위협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레바논 새 정부가 친시리아계로 구성될 경우 5월 총선에서 선거부정이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파갈등이 내전 치달을 수도”

정치분석가들은 시리아군이 철군하고 총선 과정에서 부정시비가 불거지면 권력 공백에 따른 정파간 갈등이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카라미의 총리 취임은 이번이 세번째로, 앞서 두번 모두 반정부 시위로 물러났다. 첫번째 총리직은 1992년 경제개혁 실패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로 중도하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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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5-03-11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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