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한승주 대사와 파월의 퇴진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한승주 대사와 파월의 퇴진

입력 2004-12-20 00:00
수정 2004-12-2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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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저녁 한승주 주미대사는 관저로 워싱턴 특파원들과 대사관 간부들을 초청, 송년회를 가졌다. 전날 외교통상부에서 홍석현 차기 주미대사 내정자의 아그레망 신청 사실을 발표했기 때문에 한달 전부터 예고된 송년회는 환송연으로 변했다.

한 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이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됐다.”며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내년 고려대에서 정년을 맞길 희망해왔던 한 대사의 퇴진은 오래 전부터 예고됐다. 다만 한 대사는 그 모양새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한 대사는 최근 반기문 외교부장관과 통화하면서 “언제 물러나도 좋지만, 신문을 통해 알고 싶진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10년 전인 94년 12월22일. 한승주 당시 외무장관은 경질 사실을 모르고 집무실에서 부하직원들과 개각 방송을 보다 ‘외무장관 공로명’이라는 발표에 크게 당혹했던 씁쓸한 기억을 갖고 있다.

한 대사는 16일 주미대사 교체 사실이 국내 언론에 처음 보도되고 1시간 뒤 외교부 고위당국자로부터 “후임을 곧 발표하는데 아직 누군지 모르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언론보도 중에는 “한 대사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말을 잘못해 경질된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도 나왔다. 한 대사가 원했던 ‘깔끔한’ 퇴진에 얼룩이 묻은 것 같다.

미국에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2기 행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15명의 각료 가운데 9명이 물러났고 6명은 유임됐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물러나는 장관을 먼저 공개하고, 그 후에 후임자를 발표한다.

부시 대통령이 1기 내각에서 가장 껄끄러워했던 인물은 이라크전에 소극적이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재선 뒤 파월 장관과 만나 진퇴를 논의했다. 파월 장관은 서신을 통해 사직의사를 밝혔고, 부시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자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사실을 알렸다.

며칠이 지나자 부시 대통령이 파월에게 의례적인 유임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속사정이야 어떻든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떠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갖춰준 것이다. 후임자 발표를 듣고서야 자신이 물러나는 사실을 알게 되는 우리의 각박한 ‘사람 보내기’보다는 조금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dawn@seoul.co.kr
2004-12-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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