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경제난에 국민들 등돌려

부정선거·경제난에 국민들 등돌려

입력 2004-03-02 00:00
수정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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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힘으로 권좌에 앉았다가 민중에게 버림받은 인물.29일 사임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50) 아이티 대통령의 정치역정이다.

신부 출신이지만 급진적 정치행보로 교단의 배척을 받았고 그 스스로 성직자 신분을 버린 뒤 결혼까지 했다.

아이티 남부에서 태어난 아리스티드는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에서 신학 사회학 심리학 등을 공부했다.82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아이티의 빈민가를 돌며 당시 뒤발리에 부자의 2대에 걸친 독재를 비난하면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이를 기반으로 아리스티드는 아이티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롭게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는 90년 대선에서 67%의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그러나 이듬해 군사 쿠데타로 망명을 떠났고 94년 미군과 함께 돌아와 재집권,잔여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성직자 출신답지 않은 처신으로 전임자의 불행한 전철을 밟았다.그는 재직 기간동안 불법적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마약 거래에 관여했다는 소문도 있다.

권력욕도 버리지 않았다.연이은 대선출마가 금지돼 96년에는 렌 프르발 전 대통령을 내세워 당선시켰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2000년 11월 실시된 대선에 출마,91.8%의 지지를 얻었으나 국제사회에서조차 부정선거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이때부터 야당은 정부 퇴진운동을 벌였고 국제사회는 선거부정을 이유로 수백만달러의 원조금을 동결했다.원조가 끊기자 경제난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아리스티드의 지지기반이었던 시민들마저 돌아섰다.인구 800만명의 3분의1이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번에 한달만에 반군에게 물러난 조직력 부재 또한 그가 자초했다.아리스티드는 95년 반대세력인 군을 해산하고 4000명으로 구성된 젊은 경찰세력만 남겨뒀다.또 96년에는 쿠바를 인정,자신을 권좌에 복귀시켰던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전경하기자˝
2004-03-0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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