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초등생 암기교육

다시 불붙은 초등생 암기교육

입력 2004-12-23 00:00
수정 2004-12-2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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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 교육이 부활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사라진 주산·암산이 다시 등장하는가 하면 구구단을 넘어서 19단 암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한자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 암기 교육 바람에 대해 한쪽에서는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주입식 교육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암기 교육의 허실을 들여다 봤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주산학원에서 초등학교…
지난 21일 서울의 한 주산학원에서 초등학교… 지난 21일 서울의 한 주산학원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큰 주산을 가지고 계산법을 익히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서울 창동의 한 수학전문학원. 초등학교 1·2학년 10여명이 주판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고 있다. 잠시 후 선생님이 “지금부터는 머리 속으로 계산해봐요.”라고 하자 모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암산을 하느라 정신을 집중한다. 더하기·빼기로 조합된 꽤 긴 계산임에도 정확한 답을 내놓는다.

주판 다시 등장,19단 암기도 유행

이런 모습은 비단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때 간판을 내렸던 주산학원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암산학원의 경우 2년이 채 안돼 가맹점이 2400개로 늘었다. 지난 10월부터 주산을 이용한 암산을 배우고 있는 김꽃비(10)양은 “계산하는 게 늘 어려웠는데 주판을 이용하니 쉽다.”면서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재미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2학년들과 함께 주산을 배우고 있는 김미현(7)양은 “어렵지 않아서 언니, 오빠들만큼 잘할 자신이 있다.”고 자랑했다.

19단 암기, 한자 구구단도

최근에는 주산을 통한 암산뿐만 아니라 19단을 암기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도가 IT산업에 강세를 보이고 엔지니어를 많이 배출하는 이유로 19단 암기가 꼽히면서부터다. 기존의 구구단에 10×1부터 19×9까지 더 외우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신미영(35)씨는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19단 암기를 시켜야 하느냐, 마느냐가 화제거리”라면서 “좋다기에 일단 19단표는 구해 놓았다.”고 했다.

한자교육이 다시 강조되면서 초등학생들도 너도나도 한자능력시험을 보고 있다. 고양시에 사는 양혜지(9)양은 “친구들 대부분이 한자공부를 하고 있고 7·8급 정도는 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부터 한자구구단으로 한자 공부를 하고 있다는 김진수(11)군은 “부수만 익히고 나머지는 구구단처럼 외우기만 하면 되니 한자공부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기본지식은 필요” VS “다른 부분 소홀히 할 수 있어”

암기나 계산능력보다는 창의성을 더 중요시하는 교육적 분위기에서 암기교육 열풍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먼저 암기도 기초를 다지는데 필요하고 따라서 ‘암기=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영하 교수(이화여대 수학교육과)는 “수개념이나 수감각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지식이 필요하다.”면서 “굳이 19단까지는 아니더라도 12∼15단 정도 외우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암기식 교육은 문제풀이 시간을 단축하고 암기력을 향상시키는 것 말고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강옥기 교수(성균관대 사범대학장)는 “미국에서는 구구단조차 외우지 않는다. 이런 암기교육은 문제풀이 시간이 적게 주어지는 우리나라 시험환경에서는 유용할 것”이라면서 “여전히 주산교육이 남아 있는 일본의 경우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지 수학적 해결능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 잃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

하지만 무조건 암기교육을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창의성이 길러지는 시기 즉, 초등학교 입학전에 이뤄지는 암기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암기력이 발달하는 초등학교 1·2학년 시기에 적당한 암기 교육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귀옥 교수(순천향대 교육과학부)는 “계산이나 암기보다는 이해를 강조해 오다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게 최근 교육계 관점”이라면서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주입식이 아닌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강옥기 교수는 “부모나 선생님들이 아이에게 ‘이것을 꼭 외워야 한다.’는 식의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암기식 교육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4-12-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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