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추정하고 한쪽은 주장한다. 모두가 ‘말’이다. 사실은 없다. 아무도 물증을 제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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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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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시사평론가
검찰이 밝혔다.“이상은 씨가 갖고 있던 서울 도곡동 땅의 지분은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게 전부다. 정동기 대검차장은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상은 씨가 나섰다.“도곡동 땅은 내 재산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거래 내역과 같은 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재산관리인을 기자회견에 배석시켜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케 했을 뿐이다.
‘객관’과는 거리가 멀다. 누구도 ‘사건 그 자체’를 또렷이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도 판단은 제각각 단호하다. 검찰은 “실체 규명은 됐다고 봤기 때문에 추가 조사할 필요나 계획은 없다.”고 잘랐고, 이명박 캠프는 “의혹 부풀리기 수사 결과는 이명박 죽이기”라고 규정했다.
곤혹스럽다. 당사자들의 판단은 단호하지만 지켜보는 국민은 혼란스럽다. 예삿일이 아니다.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 대사 중의 대사이기에 판단은 신중하고 근거는 엄밀해야 한다. 이른바 ‘실체적 진실’을 보고 판단하고자 하는 국민 요구는 당연하고 절실하다.
하지만 보여주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유권자가 직접 나서 규명할 수도 없다. 이러면 대선은 왜곡된다. 그림자놀이가 된다. 실체는 장막 뒤에 숨은 채 그림자만을 보여주는 게임이 되면 유권자가 흔들린다. 대통령을 뽑는 막중대사를 순전히 뉘앙스와 감으로 치러야 하고, 유권자의 선택과 국가의 5년 장래는 ‘찍기 영역’으로 내몰린다.
한쪽에선 정책 선거로 가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무력하다. 그럴 이유가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다. 그래서 가정이 등장한다.‘이렇게 하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고,‘경제성장률을 높이면 이렇게 할 것’이라고 한다.
관건은 경제성장률인데 이 경제성장률을 정확히 예측할 확률이 극히 낮은 게 문제다. 우리 경제는 이미 세계경제에 편입돼 있다. 후보의 의지·노력과는 무관한 변수가 너무 많다. 자칫하다간 경제공약의 전제가 검증대상이 될 수 있다.
도덕성 문제를 피해갈 방법은 없다. 정책 검증이 무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덕성 문제가 갖는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대운하’와 ‘줄·푸·세’로 대변되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정책 대결이 도덕성 검증 공방에 빨려들어간 전례만 봐도 안다. 같은 집 식구끼리 벌이는 경선에서의 검증공방이 이 정도면 본선에서의 검증공방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번이 기회일 수 있었다. 검찰이 나서는 게 최선은 아니었지만 이미 그건 현실이 돼 있었다. 그렇다면 말끔히 정리했어야 한다. 예방 차원에서라도 그렇게 하는 게 생산적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접었다. 사건 관련자들, 즉 김만제 전 포철 회장이나 재산관리인 등이 협조하지 않아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킬 수 없다고 했다.
궁색하다. 검찰의 추정은 제2의 추정을 낳는다. 이상은 씨의 도곡동 땅 지분이 제3자의 차명재산이라면 위법행위가 벌어졌을 개연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도곡동 땅 취득·매매과정에서 발생했을 세금문제다. 사건 관련자를 강제로 소환해 조사할 이유와 근거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발적 협조’에만 기대다가 자발적으로 한계를 그었다.
직무유기에 가깝다. 검찰의 추정논법에 따르면 벌어졌을지도 모를 위법행위에 눈을 감은 것이고, 검찰청법에 따르면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2007-08-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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