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한국인의 교육열과 해외 취업/설동훈 전북대 교수

[열린세상] 한국인의 교육열과 해외 취업/설동훈 전북대 교수

입력 2007-05-11 00:00
수정 2007-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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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전북대 교수
설동훈 전북대 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국인의 높은 교육 열망에 힘입어 한국사회는 단기간에 숙련된 산업인력을 양성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이 달성한 급속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밀어닥친 고실업 상황 속에서 교육 투자의 효과는 대폭 줄었지만 한국인의 교육열은 식지 않고 있다. 한국의 2005년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82.1%로, 핀란드의 88%에 이어 세계 2위다.‘2005년 OECD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학교 교육비 비율은 7.5%로 OECD 평균 5.9%보다 1.6%포인트 높다. 학교 교육비는 정부 예산과 재단 전입금, 학생들이 납입하는 입학금·수업료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사교육비를 더한 총교육비는 국내총생산의 10%를 훨씬 웃돈다. 대학 진학률뿐 아니라 교육비 지출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외 유학생 수다. 미국 국토안보부 ‘출입국·세관국’ 자료에 의하면,2006년 말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9만 3728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14.9%를 차지한다. 한국은 인도와 중국을 훨씬 앞질러, 단연 1위다. 이 통계는 학생(F1)과 직업훈련(M1) 사증 소지자 수만 나타낸 것이므로, 취업·투자·문화교류 사증 소지자 또는 영주권자의 자녀까지 포함할 경우 미국내 한국인 학생 수는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5년 말 캐나다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 수는 모두 2만 7549명(전체 유학생의 15.4%)으로 1위다. 주한 영국대사관에 따르면,2007년 현재 영국에는 약 2만명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이민·시민권부 자료에 의하면,2006년 6월 30일 오스트레일리아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 수는 1만 7492명(전체 유학생의 8.4%였)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번째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 의하면,2003년 뉴질랜드 한국인 유학생 수는 1만 5000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인 유학생은 미국·캐나다·영국·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넘쳐난다. 일본 문부과학성 자료에 따르면,2005년 일본내 외국인 유학생 12만명 중에서 중국인이 63%로 가장 많고, 한국인은 14%(1만 6000명)로 그 다음이다.

중국 교육부에 의하면,2006년 말 중국 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 수는 5만 7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35.6%다. 단연 1위로, 그 수는 2위인 일본 유학생의 3배 이상이다. 약 2만 2000명으로 추정되는 초·중·고 유학생을 합할 경우, 중국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약 8만명에 달한다.

한국인들의 높은 교육열은 마냥 자랑스러워할 일이 아니다. 한국사회에는 이미 고학력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국에서 학력에 걸맞은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일자리 공급이 고학력화 추세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탓에 꽤 많은 젊은이들은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거나 실업을 강요당하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는 현재도 고달프지만, 그것을 해소하지 못하면 앞날은 더욱 암담하다.

현 상황에서 고학력 한국인들의 탈출구는 해외 노동시장이 유일하다. 해외 유학생뿐 아니라 국내 대학 졸업자들의 해외 취업을 장려하여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이 땅을 떠나야만 비전이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젊은이들을 독려하여야 한다. 고학력 인력의 일자리를 어떻게든 확보하지 않고서는 인적자원 강국 한국의 미래는 없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
2007-05-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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