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종묘 앞 초고층빌딩

[씨줄날줄] 종묘 앞 초고층빌딩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5-11-04 00:49
수정 2025-11-04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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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퇴출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004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명성이 높은 바로크 양식과 교외 정원도시가 예술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탁월한 문화경관’이라고 높이 평가했었다. 하지만 잇따른 경고에도 엘베강에 4차로의 발트슐뢰셴 다리가 놓이면서 핵심 가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부끄러운 사건”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당사자인 드레스덴 시민의 반응은 달랐다. 여론조사에선 ‘세계유산이라는 지위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57%를 차지했다. 세계유산 목록에서 사라졌음에도 시민들은 그다지 안타까워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사례는 문화유산 주변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면 핵심적 가치를 잃는다는 교훈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교량 건설이 무조건 경관을 해친다기보다 주민 생활에 필수적이라고 이해했으면 갈등은 적었을 것이라는 반성도 없지 않다.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대폭격 이후 동독에 편입됐고 주민들이 편의시설 부족에 시달렸던 것도 사실이었다.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에 초고층빌딩을 지을 수 있게 하면서 우리도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문화유산위원회는 2018년 55m에서 71.9m에 이르는 기준을 마련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 조치가 당연히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해 당사자를 제외한 시민의 뜻을 물어보는 것은 필수다.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왕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이다. 우리는 김건희 여사가 남편이 대통령이던 시절 종묘를 개인적으로 이용했다고 꾸짖는다. 이런 성역(聖域)을 초고층건물이 가로막아 경관을 훼손하는 상황은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다. 초고층 아니면 편익이 침해된다는 목소리가 다수라면 세계유산 타이틀에 연연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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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2025-11-04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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