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통령 근조화환/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근조화환/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22-03-13 21:52
수정 2022-03-1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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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연휴 때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설 선물을 받았다며 지인이 관련 영상물을 보내왔다. 축하한다고 하자 해마다 받았는데 올해가 마지막이라서 올렸다고 한다. 모든 국민이 대통령 선물을 받는 건 아닐 터이니 기분 좋은 일일 게다. 서민들로서는 대통령 선물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청와대가 대통령 선물 내역을 언론에 알리는 이유다. 조화도 마찬가지다. 장관급 이상 고위관료나 여야 정치인, 그리고 각 분야에서 사회통합이나 국위선양에 앞장선 사람 등 지명도 있는 인사의 빈소에는 대체로 대통령 근조조화가 놓인다. 유가족으로서는 위로가 될 게다.

지난 12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 빈소에 놓인 문재인 대통령의 근조화환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말이 나오고 있다. “권력형 성범죄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다. 민주당의 이탄희 의원은 안 전 지사 부친 빈소에 근조화환을 보낸 문 대통령과 같은 당 의원들을 향해 “섬세하지 못했고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 무감각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안 전 지사의 모친 빈소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에도 조화를 보낸 바 있다. 당시에도 정의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나왔었다.

대통령의 선물이나 조문에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전두환씨가 사망했을 때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전씨와의 5·18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는 근조화환을 보냈다.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는 메시지였다. 대통령이 환경미화원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다.

성범죄 가해자에게 건네진 대통령 조화를 둘러싼 비판은 성 피해자 중심주의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성폭력 가해자의 부친상에 조화를 보냈다고 해서 피해자를 외면하는 것으로 비판할 만큼 우리 사회의 포용성이 빈약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정치적 판단에 앞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적 예의로 이해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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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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