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천박한 도시’ 서울/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천박한 도시’ 서울/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20-07-27 20:56
수정 2020-07-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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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방자치제가 출범한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조순 후보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이었다.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6월 27일 선거가 끝난 뒤 조 시장을 따라 정무부시장으로 서울시에 들어갔다. 서울시의 책임자는 조순 시장이고, 정무부시장의 역할은 시장을 보좌하면 됐지만 이 부시장은 달랐다. 조 시장은 선거를 위해 갑자기 영입된 인물이라 ‘간판’에 불과했다. 민주당과 서울시의 관계, 지방행정의 정치적 측면 따위를 짚는 중요한 일은 모두 이 부시장의 몫이었다.

실제로 이 부시장은 서울시를 민선시대에 맞게 개조하고자 ‘바른 시정기획단’을 발족하고 자신이 책임을 맡았다. 바른 시정기획단은 교통·환경·문화·복지 등 분야별로 담당 국실 간부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 합동기구였다. 이 부시장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는지 민주당은 조순((1995~1997년)에 이어 고건(1998~2002년), 박원순(2011~2020년) 시장 등 15년간 서울시정을 책임졌다. 2018년 제7대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압승을 거둬 서울시의원 총 110명 중 102명을 차지했다.

이처럼 서울시를 개조(?)하는 데 앞장선 이 대표가 지난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하며 “서울 한강을 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무슨 아파트는 한 평에 얼마’라는 설명을 쭉 해야 한다. (프랑스) 센강 같은 곳을 가면 노트르담성당 등 역사 유적이 쭉 있고, 그것을 들으면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안다. 우리는 한강변에 아파트만 들어서서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며 서울시를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항의해 대규모 촛불집회를 여는 등 분노하고 있는 민심을 더욱 자극했다. 서울이 천박한 도시라면 이는 지난 15년간 서울시정을 이끈 민주당과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 세계의 대도시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서울도 한강변에 고가 아파트가 아무런 특징도 없이 성냥갑처럼 줄 서 있는 것은 맞지만 교통, 치안, 도심을 둘러싼 산 등 도시 인프라와 자연환경이 세계 어느 도시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여당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서울을 ‘천박한 도시’로 규정하면 1000만 서울시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이 대표는 21대 총선 전에는 부산을 찾아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한가”라고 발언해 비난을 샀다.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들끓는 상황에서 여권 실세인 이 대표는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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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lee@seoul.co.kr
2020-07-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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