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재난수당 논쟁/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재난수당 논쟁/장세훈 논설위원

장세훈 기자
입력 2020-03-25 22:02
수정 2020-03-2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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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취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움츠러든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 주자는 것이다. 일종의 경기방어 자금의 성격이다. 2010년대 중반 스위스 등에서 제기된 기본소득 도입 논의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스위스는 2016년 모든 성인에게 매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할지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76.7%의 반대로 무산됐다. ‘세금 부담 증가’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재난 상황을 맞아 국민을 상대로 현금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호주 등은 현금 지원을 결정했다. 물론 지급 방식이나 대상에선 차이가 있다. 미국은 국민 1인당 1000달러(약 123만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국내에서 재난기본소득 도입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는 중앙정부가 주도하지만 한국은 지방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최대 50만원을, 대전시는 저소득층 가구에 최대 63만원을, 경남도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최대 50만원을, 강원도는 실업급여·기초연금 수급자 등에게 40만원을, 기초자치단체인 전주시는 중위소득 80% 이하 가구에 52만 7000원 등 소득 수준을 감안해 ‘선별 지급’한다. 모든 주민에게 10만원씩 나눠 주는 ‘일괄 지급’ 방식은 광역지방정부인 경기도와 기초지방정부인 울주군이 도입했다.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명칭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별 지원이라면 재난보조금이나 재난지원금이 되어야 하고, 일회성 지원이라면 재난수당 등으로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명칭이야 어찌됐든 정치권은 중앙정부가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소셜미디어에 “일부 국가의 경우 경제 ‘서든 스톱’(멈춤 위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대규모 긴급부양책, 재난수당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실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이 될 가능성도 지적한다”고 밝혔다. 재난기본소득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책효과가 떨어지고 재정건전성을 흔드는 현금 지원을 피하고자 하는 재정당국의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적 흐름이나 사회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현금 지원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원효과를 키우려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기존 제도와 정책의 한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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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ang@seoul.co.kr
2020-03-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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