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총리 후보자의 일본 친구/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총리 후보자의 일본 친구/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5-14 22:14
수정 2017-05-1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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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전라남도 도청에서 열린 이낙연 지사의 퇴임식. 한 일본인이 눈길을 끈다. 고치현의회 의장을 지낸 니시모리 시오조(오른쪽·77). 니시모리 전 의장은 이 지사로부터 10일 “총리 지명을 받고 지사직을 그만둘 건데 퇴임식에 오시지 않겠는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체없이 행장을 꾸렸다. 산 넘고 바다 건너 9시간 걸려 무안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니시모리가 같은 고치현 출신으로 목포의 고아원 ‘공생원’에서 생을 바친 다우치 지즈코(1912~1968?한국명 윤학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997년이었다. 다우치는 아버지를 따라 조선으로 건너와 “웃지 않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찾아 주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봉사를 시작한다. 1936년의 일이다. 공생원을 설립한 윤치호(1909~1951·한국전쟁 중 광주에서 행방불명)와 결혼한 그녀는 ‘목포의 어머니’라는 별칭처럼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다 목포에서 생을 마쳤다.

다우치의 삶에 매료된 니시모리는 고치에서 모금 활동을 벌여 그녀의 고향땅에 기념비를 세웠다. 다우치로 맺어진 인연은 니시모리를 목포, 전남과 연을 맺게 했고, 전남과 고치의 교류를 낳았다. 전남 도민이 고치를 단체 방문하는가 하면 고치현 방문단이 전남을 찾았다. 묵묵히 이어 온 교류가 20년이 됐다.

박근혜 정권 내내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로 민간 교류가 중단됐지만 니시모리는 고치현 사람을 전남에 데리고 왔고, 한국인을 고치에 데리고 갔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2015년 12월 니시모리는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전남 명예도민증을 받는 일본인이 됐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51년 만에 전남이 2016년 일본 지자체와는 처음으로 고치현과 자매결연하는 계기를 만든 것도 그였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신문사 도쿄특파원과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지내면서 숱한 일본인 친구를 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집권 자민당의 실력자인 가와무라 다케오 의원, 아사히신문의 와카미야 요시부미(2016년 사망) 전 주필, 한국 연구의 대가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등이 그들이다. 니시모리도 그중 한 명. 이 지사는 그에게 명예 도민증을 주면서 “인간애에 바탕을 두고 한국과 일본, 좁게는 전남과 고치의 우정과 신뢰를 깊게 했다”고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친구가 큰 벼슬에 오르는 소회를 묻자 니시모리 전 의장은 “언제나 따뜻한 마음을 보여 줬던 이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분명 따뜻한 국정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진하고 깊은 우정이 느껴지는 두 사람의 덕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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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기 논설위원
2017-05-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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