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지방자치의 초석, 재정분권/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방자치의 초석, 재정분권/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16-02-12 18:02
수정 2016-02-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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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의 대가인 앨빈 토플러는 미래 사회의 최고 가치로 다양성을 꼽으면서 지방분권이 미래의 정치 질서라고 간파했다. 일사불란한 중앙집권 체제는 더이상 다양한 가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성찰일 것이다. 국가보다 도시, 지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도 시대 흐름에 발맞춰 1995년 민선 자치를 도입해 올해로 21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성인’으로서 독립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신문사가 한국지방자치학회,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2016년도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가 11~12일 이틀간 경북대에서 열렸다. ‘지방분권, 주민자치, 새마을운동’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올해로 21년째를 맞고 있는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언들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그동안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해 왔던 중앙집권 체제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글로벌 시대 더이상 효율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하혜수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은 “대한민국이 21세기 승자로 존속하려면 효과적인 지방분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의 성공 여부는 예산, 즉 돈 문제로 압축된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복지를 비롯한 각종 예산 수요가 치솟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 재정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형상 지방재정 규모는 연평균 35% 성장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지난해 44.8%로 떨어졌고 국세와 지방세 간 세입은 8대2의 비율이다. ‘20% 자치’라는 자조 섞인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성공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재정 분권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표를 의식한 지자체 단체장들이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거나 일부 지자체가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지역사업을 벌여 예산을 낭비해 심각한 재정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도 문제지만 예산 당국이 이를 빌미로 지방자치의 핵심인 재정분권을 저지하는 방패막이로 사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프랑스는 우리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단계적인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자치를 성공시킨 사례로 꼽힌다. 재정분권 없는 지방자치는 공허하고, 주민 참여 없는 지방자치는 허상에 불과하다. 중앙·지방 정부 간에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지방자치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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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2016-02-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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