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수식어 중독 사회/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수식어 중독 사회/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11-14 22:44
업데이트 2016-11-14 23:2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한 지상파 방송의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를 볼 때다. 진행자는 거의 기계적으로 ‘충격적’이란 수식어를 썼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족히 수십 번은 나온 것 같다. 시사 다큐물의 특성상 어느 정도 불가피하단 점을 고려하면서도 수식어 남발에 충격보다는 거부감이 들었다.

언론 보도나 일상에서도 자극적인 수식어가 늘어나는 느낌이다.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를 막론하고 조금만 파장이 크다 싶으면 ‘핵폭탄급’ 사건이 된다. 핵폭탄급 깜짝 카드, 핵폭탄급 전기료, 핵폭탄급 의혹 등 대체 핵폭탄급이 아닌 게 있나 싶을 정도다. 피하고 싶은 것엔 거리낌 없이 ‘극혐’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싫어하는 음식은 극혐 음식, 비호감 남자친구는 극혐 남친이다. 별것 아닌 현상이나 사건에 ‘역대급’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도 마찬가지다.

수식어를 붙이는 사람은 ‘그래야 더 사실 전달이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한데 기사는 과장으로, 말은 허풍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극혐 같은 부정적 의미를 가진 수식어 남발은 혐오를 부추기고 짙게 할 수도 있다. 세상이 정말 수식어처럼 자극적·극단적이라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11-15 3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