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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물꼬 트기/구본영 논설고문

[길섶에서] 물꼬 트기/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6-06-21 22:52
업데이트 2016-06-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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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다가오면서 농촌에서 살던 유년 시절이 생각난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동네 어른들은 논두렁의 물꼬부터 텄다. 논 아래로 물의 일부가 흘러가게 해 벼가 송두리째 잠기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생활의 지혜였다.

한때 수질 악화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던 시화호가 되살아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1987년 물막이 공사가 시작된 후 ‘죽음의 호수’라는 소리를 듣던 시화호였다. 그러나 2011년 방조제 일부 구간을 헐어 해수를 유통시키자 생명력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요즘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가히 ‘갈등 공화국’이다. 자신의 주장만 마구 밀어붙이면서 상대나 상대 진영을 자꾸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우다 보니 갈등은 수렴되지 않고 확산되기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이든 인간사든 일정한 물꼬를 터놓고 퇴로를 열어 둬야 봇물이 터져 버리는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필자는 생뚱맞게도 근대 정치사상의 비조(鼻祖) 격인 마키아벨리의 명언을 떠올렸다. “무슨 일이든 상대를 절망에 몰아넣는 일은 사려 깊은 사람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한….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6-06-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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