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동창생/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동창생/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09-12-02 12:00
수정 2009-12-0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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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생을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 나를 먼저 알아본 것은 그 친구였다. 인사를 나누고 나더니 내게 “낯이 익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초면인 것 같았다. 그러다 중학교 이름을 대는 순간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어머나!”하며 탄성을 질렀다. 중학교 동창인 것은 확인했지만 이름도, 얼굴도 가물가물했다. 졸업하고 30여년 동안 본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추첨으로 걸린 중학교는 서울 변두리에 있었다. 만원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그것도 모자라 종점에서 내려 20분 넘게 걸어가야 했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먼 길을 힘겹게 걷던 기억만 가득한데 그 친구도 중학교에 대한 추억이 별로 유쾌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생소하기만 했던 얼굴이 낯익어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하게 과거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키가 크고 성격도 활달했었지. 머리는 반곱슬이고 서글서글한 눈빛으로 잇몸을 드러낸 채 호탕하게 웃곤 했지.’

그 친구는 내게서 어떤 기억들을 건져올렸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9-12-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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