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전속결 일방통행으로 몰아치는 교육개혁

[사설] 속전속결 일방통행으로 몰아치는 교육개혁

입력 2017-06-15 22:52
수정 2017-06-1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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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중·고교에서 일제히 치러 온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올해 당장 없애기로 했다. 그제 교육부는 다음주 전국의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를 예정이던 시험을 현행 전수 평가에서 표집 평가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일제고사는 학교를 성적 순으로 줄세워 이런저런 폐단을 낳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는 의미 있는 결단일 수 있다.

문제는 속도와 보폭이다. 교육개혁의 당위성이 크고 설령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준비운동도 없이 냉온탕을 오가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교육 정책이다. 국정기획자문위는 그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일제고사 폐지를 교육부에 제안했다. 그날 당장 번갯불에 콩 굽듯 정책을 변경하는 교육부의 태도는 딱하고 아슬아슬하다.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가 건의한 사안이라지만, 학교 현장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요식 절차조차 없었다.

교육 정책은 개혁의 대상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곪은 병소를 신속·정확하게 도려내면 되는 검찰개혁과는 달라야 한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문 대통령 교육 정책의 브레인이다. 그렇다고 교육 행정을 손바닥 뒤집듯 해서야 어떻게 신뢰를 확보하려는지 걱정스럽다.

일제고사 폐지는 사실상 신호탄이다. 문 대통령의 최대 교육공약인 특목·자사고 폐지는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이미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는 굳어 있다. 며칠 전 경기도교육감이 2020년까지 도내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뒤 후폭풍은 거세다. 경쟁하듯 어제는 서울시교육청이 이 방침에 동참했다.

특목·자사고 폐지는 이미 시위를 떠난 문제나 다름없다. 학력의 하향 평준화 논란도 불가피하다. 일반고를 살리고 절대평가를 확대 적용하겠다니 서울의 이른바 ‘강남 교육특구’는 벌써 반색을 하고 있다. 이런 위험 신호들을 정부가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책의 성패는 첫째도 둘째도 신뢰에 달렸다. 교육 정책 수요자들의 충분한 동의 과정을 무시한 내지르기식 정책은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

기존의 제도를 흔들어 쓰러뜨리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 특목·자사고 폐지는 교육 현장의 엄청난 혼돈과 고통이 뒤따르는 작업이다. 교육 양극화 개선의 기본 취지를 살리려면 초점을 속도전에 맞춰서는 안 된다. 다만 한 뼘이라도 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돌다리도 두들기는 정교한 준비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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