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 운운 ‘방탄국회’ 수호논리 구차하다

[사설] 헌법 운운 ‘방탄국회’ 수호논리 구차하다

입력 2014-09-06 00:00
수정 201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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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후 거센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여당의 김무성 대표는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그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과만 한 게 아니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은 변명처럼 들린다. 법안 한 건 통과시키지 못하는 ‘식물국회’가 무슨 수로 언제 개헌을 한다는 말인가. 여야 의원들이 동의안 부결을 법체계 탓으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방탄국회’를 청산할 의지가 없음을 방증한다고 본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민주화 투쟁에 재갈을 물리려는 목적으로 의원들에 대한 표적 수사를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구실을 했다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1987년 6·29 선언 이후 마련된 현행 헌법에 따라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된 이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5월 이후 임시국회 이후 법안 통과 실적 ‘0’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 그 사이에 장관 후보 여럿이 국회의 견제로 낙마했는데도 말이다. 어찌 보면 작금의 의회권력이야말로 무소불위가 아닌가. 이런 마당에 여든 야든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에게 새삼 ‘방탄 조끼’를 입혀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가 앞다퉈 의원 특권 포기를 약속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이런저런 핑계와 변명만 난무하는 것은 혀를 찰 일이다. 비리로 검찰과 악연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의원은 그제 한 인터뷰에서 “송광호 의원은 지금까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송 의원을 역성들기도 했다. 나아가 “헌법 정신에도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체포 동의안 부결 시 야권에서도 이탈표가 나왔음을 짐작게 하고도 남을 언급이 아닌가. 여야가 말로는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의 포기, 세비 삭감, 공천 개혁 등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로 이 같은 특권 지키기에는 한통속임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물론 비리 의원들이 ‘방탄국회’의 보호막 뒤에 숨는 악습을 철폐하려면 긍극적으로는 불체포특권을 담은 헌법 제44조의 조항을 다듬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것 말고도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아내려면 여러 가지 사유로 개헌에 대한 수요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개헌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개헌 이후로 ‘방탄국회’ 청산을 미룬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왜 길을 두고 뫼로 가려고 하는가. 다수의 법조계 전문가들은 의지만 있다면 현행 국회법이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도 회기 중 의원 불체포특권의 허점을 얼마든지 보완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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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탄국회’를 연출한 여야 지도부가 대체 무슨 면목으로 추석 민심과 맞딱드릴 것인가. 특히 김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7·30 재·보선을 앞두고 ‘혁신 작렬’이라는 흰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정치권 개혁을 공언하지 않았는가. 그게 한낱 보여주기 쇼가 아니었길 바란다.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하는 데는 법체계를 따지기 전에 의지와 진정성이 관건임을 거듭 강조한다.

2014-09-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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