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일 정상 보란 듯 탄도미사일 날린 北

[사설] 한·미·일 정상 보란 듯 탄도미사일 날린 北

입력 2014-03-27 00:00
수정 2014-03-2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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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정상이 헤이그에서 마주앉은 어제 새벽 북한이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사거리가 1300㎞에 이르는 중거리 노동미사일로, 지난달 21일부터 사흘 전까지 연거푸 쏴 올린 단거리 미사일이나 방사포와는 급이 다르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며, 한국은 물론 일본 전역의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은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에 처음 차량에 실어 옮기는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했다고 한다. 한·미·일 정상에게 보란 듯 무력시위를 벌인 셈이다.

노동미사일에 담긴 북의 메시지야 달리 따져볼 것도 없이 3국 정상의 북핵 폐기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뜻이라 할 것이다. 특히 미군의 핵전력을 염두에 두고 언제든 이를 타격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는 것으로 미국의 유화적 태도를 이끌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이동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미국이 핵위협을 계속하면 북한도 핵 억지력 과시 조치들을 연속적으로 취할 수밖에 없다”며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헤이그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의 보다 적극적 역할을 당부한 데 맞서 자신들은 호락호락 중국의 말을 듣는 존재가 아님을 과시하려는 김정은의 치기 어린 대응으로도 여겨진다.

지난달 키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남북 간 상호비방 중단 등을 앞세운 ‘중대제의’를 내놓고, 이를 수용하라며 대화 공세에 적극성을 보이던 북이 이달 들어 이처럼 잇단 무력시위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한층 심화된 김정은의 체제불안 심리와 이에 따른 북한 지도부의 불안정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경제적 이유로 핵을 포기했다가 결국 크림반도를 무기력하게 러시아에 빼앗긴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도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을 더욱 힘껏 끌어안게 만드는 요소일 듯도 하다.

어제 한·미·일 정상이 조만간 북핵 6자회담 3국 수석대표 회동을 개최,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모색하기로 했다지만 핵 말고는 체제 안전의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게 김정은 체제인 이상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최근 미 의회가 지난해 북의 3차 핵실험 이후 1년 가까이 잠자고 있던 대북제재강화법안(HR1771) 입법화를 본격 추진하고 나선데다 조만간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차원의 추가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한다면 이런 대화 의지나 노력과 별개로 한반도의 안보 현실은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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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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