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일 대화, 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 되려면

[사설] 한·미·일 대화, 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 되려면

입력 2014-03-25 00:00
수정 2014-03-25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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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얼굴을 맞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3자 정상회담이라는 형식의 만남이지만 어그러질 대로 어그러진 양국 관계를 생각할 때 한·일 두 정상의 취임 후 첫 대좌는 그 자체로 함의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오늘까지의 양국 관계를 바로잡을 회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양국 관계가 더 헝클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로 논의 주제가 제한된 회담인 만큼 세 정상이 낼 목소리 또한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을 듯싶다.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위한 북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 공조라는 대원칙은 우리 정부의 핵심기조이기도 한 만큼 이 같은 논의나 합의를 우리가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회담의 주제가 무엇이든 회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한·일 관계의 정상화이며, 그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얼굴을 마주한다는 자체가 지닌 무게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비록 3자가 머리를 맞대지만 서로의 속내는 적지 않은 차이를 지닌 게 현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의 팽창전략에 맞서 한·미·일 3각 동맹을 속히 정상화하고픈 오바마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방점을 둘 것이다. 지난 1년 여간 불편한 심정으로 한·일 관계 악화를 지켜본 미국의 기본적 인식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즉각 부인하긴 했으나 이번 회담을 통해 2012년 논의가 중단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대신 한·미·일 3국 간 군사정보보호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 역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다. 헤이그로 떠나면서는 “박 대통령과의 첫 회담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향한 첫걸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정상이 주창하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는 ‘불행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인식 정상화’라는 대전제가 결여돼 있는 것으로 여겨져 극히 유감스럽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이 성사된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고노 담화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만 해도 오락가락하는 게 도무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의회 답변 등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사과한 고노 담화를 승계한다”고 했으나 엊그제 그의 측근이라는 이는 고노 담화 검증과 이에 따른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며 우리 정부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 그 일례다.

아베 총리는 오늘 회담이 일본 정부에 한·일 관계의 정상화, 나아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중차대한 과제를 부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부정하고,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우경화를 부추기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외교적 도발을 지속하는 한 한·일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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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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