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저귀찬 아이 영어유치원 보내는 사회

[사설] 기저귀찬 아이 영어유치원 보내는 사회

입력 2012-12-15 00:00
수정 2012-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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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라면 절대 영어유치원에 안 보낸다. 연간 수천만원 돈을 들이는 데 비해 효과가 영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잘나가는 영어유치원 강사가 사회 일부 계층에서 일고 있는 조기 영어교육을 통렬히 비판했다. 엊그제 서울신문 보도다. 그는 “유치원도 교사도 다 알지만, 돈이 걸려 있으니 입 밖에 꺼내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실력 있는 영어강사의 말이니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자녀이기주의와 허영심에 물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조기 영어교육이 효과가 없는데도 영어유치원은 성업 중이다. 일부 소문난 학원은 월 수강료가 200만원에 육박하는데도 대기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며, 3살반 면접에는 기저귀를 차고 오는 18개월 된 아이도 있다고 한다. 최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원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런 유아영어학원이 서울 96곳, 경기도 54곳, 부산 16곳 등 전국적으로 225곳이 있으며, 원생들은 9700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습비, 급식비, 피복비 등을 포함한 평균 학원비는 서울의 경우 100만~130만원 선이라고 하니 5~7살 3년 동안 다닐 경우 영어유치원에만 30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셈이다. 그러나 조기 영어교육은 성과보다는 부작용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교육이다. 원생들이 주입식의 혹독한 교육으로 영어 수필을 쓰고 영자 신문을 줄줄 읽지만 정작 모국어인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초등학교에 들어가선 수학, 과학 등 한글로 배우는 과목에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초월한 언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조기에 습득시키겠다는 헛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조기 영어교육이 자칫 잘못하면 성장기 아이들의 모국어 습득에 지장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어교육은 아이들 발달 수준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2012-12-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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