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가 지난 17~25일 치러진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하고 새달 1일 재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선거관리위원들이 사전에 투표함의 봉인을 열어봤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를 제기한 선거본부도 선관위 사무실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도청을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총학은 서둘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학내 여론이 냉각되면서 자칫 선거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를 둘러싼 부정부패가 점입가경이다. 지방의 한 대학에선 친구 사이인 회장과 중앙선관위원장이 짜고 선거법을 개정해 상대 후보가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 뒤 연임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 제적됐다. 기가 찰 노릇이다. 또 다른 지방 대학에선 한 후보가 이중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법원에 선거효력 무효소송을 냈고, 서울의 모 대학에선 후보가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불법·부정선거 의혹에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까지 기성 정치판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한 꼴이다.
총학 선거가 이처럼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데는 과거 민주화운동시기에 사명감을 앞세웠던 후보들과 달리 학생회 간부직을 권력으로 활용하려는 일부 후보들의 도덕적 해이와 더불어 학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 탓이 크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성 정치인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온갖 편법과 부정을 일삼는 그릇된 선거 풍토를 만들고, 나라 경제를 제대로 운영 못해 대학생들을 취업의 노예로 만든 책임을 회피할 순 없을 것이다.
2009-11-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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