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제 개성공단의 한 의류업체가 철수를 결정했다. 2005년 개성공단이 문을 연 뒤로 첫 사례다. 이 업체 대표는 “직원들의 신변안전 문제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고 철수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누적된 경영난이 철수 배경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말한 신변 불안이 나머지 105개 개성공단 입주업체와는 무관하다고 누구도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2차 핵실험도 모자라 단거리 미사일을 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려 드는 북한 땅에서 어느 누가 발을 뻗고 일할 수 있겠는가. 접경지역에서 취재하던 미국 여기자 2명을 끌고가 12년의 노역형에 처하고,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를 붙잡아 놓고는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밝히지 않는 그들의 비인도적 만행 앞에서 어떤 기업이 태연히 공장을 돌릴 수 있겠는가. 얼마 전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설문조사에서 업체대표들이 꼽은 최우선 과제가 ‘신변안전’이었음은 개성공단이 얼마나 비정상적 상황에 놓여 있는지 단적으로 말해 준다.
남북 협력의 상징이라는 간판 뒤로 언제든 북한 당국의 볼모로 전락할 구덩이가 놓여 있는 한 개성공단의 미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많은 공단 업체들은 생산 및 수출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북한 요구대로 근로자 임금을 중국 수준으로 올린다면 당장 짐을 싸겠다는 업체들이 상당수다.
북한 당국의 전향적 자세가 중요하다. 유씨를 당장 석방해야 함은 물론 과도한 임금 및 토지사용료 인상 요구로 남측 기업들의 철수 도미노를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우리 인력의 신변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남북 당국은 내일 열릴 2차 실무회담에 개성공단과 남북 협력의 명운이 걸려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2009-06-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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