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석영을 보라

[사설] 황석영을 보라

입력 2009-05-15 00:00
수정 2009-05-1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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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많은 국민들은 주저없이 극단적 이념대립을 꼽을 것이다. 내 생각만이 옳고,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고 말하는 이 이념의 양극화와 배타성은 남북으로 갈라지고 동서로 나뉜 나라를 다시금 좌와 우, 진보와 보수로 갈갈이 쪼개어 놓고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 형국이다. 온 국민의 목숨이 달린 듯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국민과 민생을 담보로 잡고 사안사안을 이념의 틀에 꿰어넣고는 아귀다툼을 벌이는 게 지금의 초상이다.

작가 황석영씨가 그제 중앙아시아에서 펼쳐낸 발언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남북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도 전에 북녘땅을 밟았다가 여러 해 해외를 떠돈, 대표적 진보좌파로 분류돼 온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중도실용주의로 평가한 뒤 큰 틀에서의 동참을 다짐했다. “세계가 권역별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세계의 진보세력이 변하는 것처럼 한국의 진보세력도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 흐름이나 국내 실정에 대한 그의 진단이 새로울 것은 없다. 어떤 곡절로 이런 말을 하게 됐는지, 그 진의의 명탁을 따로 잴 길도 없다. 그러나 20년 전 홀로 분단의 장벽을 넘었듯 ‘(진보로부터) 욕 먹을 각오’로 오늘 이념의 장벽을 넘어서려 한 그의 몸짓은 분명 눈과 귀를 열고 볼 일이다. 이념의 구각(舊殼)을 깨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함께 공동선을 찾고자 하는 시도로 우리는 본다. 이는 다른 많은 진보와 보수인사들이 따라나서야 할 여정의 첫발이다.

‘변절’이니 ‘전향’이니 하며 뭇매를 가하거나 이념 대결의 승리라도 되는 양 박수 치고 끝날 일이 아니다. 그가 이념적으로 월경(越境)한 것이라면, 제2의 황석영과 그 반대로 월경하는 ‘이문열’도 나와야 한다. 그래야 이념에 짓눌려 허덕이는 우리 사회에 숨통이 트이고 소통이 시작된다.



2009-05-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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