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선거는 선출직의 빈자리가 생겼을 때 그를 채우는 행사다. 국회의원 재·보선의 경우는 몇 개의 지역 선거구에서 치러진다. 지역선거로서 중앙정치권이 개입을 자제하는 게 원론상 맞다. 그러나 이전의 사례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재·보선은 여야간 정치투쟁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중앙당이 올인함으로써 분위기가 혼탁해지곤 했다. 이번에 예정된 4·29 재·보선은 여기에 더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출마 논쟁으로 혼탁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대선과 국회의원 총선에 잇따라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주요 정당의 대선주자가 곧바로 총선에 나선 것은 모양이 사나웠다. 그것도 지역구를 옮겨 서울 동작을에서 나서면서 “이곳에 뼈를 묻겠다.”고 했던 그였다. 선거 패배 후 외국에서 머물다 그제 귀국한 정 전 장관은 주위의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 고향인 전주 덕진 재·보선 출마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의 출마를 둘러싸고 민주당은 지금 내홍에 휩싸여 있다. 오늘 정세균 대표와 담판 회동을 갖는다고 하지만 봉합될지 의문이다. 대선에 나섰던 이가 자신의 이해 때문에 제1야당을 이렇듯 흔들어도 되는지 안타깝다. 국민들에게, 특히 동작을 유권자에게 사과의 말조차 않고 있으니,그런 식으로 말을 바꿔도 되는지 묻고 싶다.
개인의 신의 논란을 넘어 정 전 장관이 일으키는 파문은 국가적으로 문제다. 정 전 장관이 귀국한 공항에는 2000여명의 지지자가 몰렸다. 그의 언행은 다시 대권주자의 행보에 들어선 듯 비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야당인 민주당도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이럴 때 정 전 장관이 고향을 찾아 지역감정을 일으키고 재·보선을 총선·대선처럼 이끌려 해선 안 된다. 큰 정치지도자라면 자신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금 어떤 처신을 하는 게 큰 정치지도자인지 정 전 장관은 숙고해 보길 바란다.
2009-03-2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