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기자본 횡포 이대로 둘건가

[사설] 투기자본 횡포 이대로 둘건가

입력 2004-12-10 00:00
수정 2004-12-1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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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투기자본의 횡포가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만 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경영권을 위협한 데 이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이 은행의 주 거래사인 동아건설 매입에 나서 불공정거래라는 비난을 받았다.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는 삼성물산 인수·합병 소문을 퍼뜨린 뒤, 불과 며칠만에 보유 중이던 이 회사 주식을 전부 팔아치워 막대한 이익을 챙김으로써 주가조작설에 휘말려 있다.

아무리 투자목적이 돈을 버는 데 있다 해도, 우리의 법과 제도가 규제할 수 없는 맹점을 교묘히 악용해 돈벌이에만 급급한 투기자본의 행태는 최소한의 상도(商道)를 저버린 것이다. 더욱 분노가 치미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거대 외자(外資) 앞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에 벌벌 떨고 있는 판국에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외자가 우리 경제의 상당부분을 지탱해주고 안정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백번 수긍하더라도, 우리의 금융 허점을 장기간 방치·노출시켜 온 당국의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늦었지만 외자가 돈을 함부로 빼가지 못하도록 의원입법으로 증권거래법의 개정이 추진되고 있고,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도 관련법규의 개정을 모색 중이다. 외자유치와 자본유출 방지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으나 소버린이나 론스타, 헤르메스의 횡포와 같은 ‘특이사례’의 발생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증권거래법상 ‘5% 룰’을 치밀하게 손봐서 투자목적이 주권 행사를 위한 것인지, 단순한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분명히 명시해 투기자본의 횡포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2004-12-10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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