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아 입학 거부한 교장

[사설] 장애아 입학 거부한 교장

입력 2004-11-09 00:00
수정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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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사립 초등학교 교장이 최근 장애 어린이의 입학을 거부했다. 그 교장은 아이의 면전에서 “장애아는 몸이 불편하고 머리도 정상인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학업에 뒤처진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장애인이 비록 심신에 남다른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인간적인 존엄성 면에서 여느 사람에 뒤질 이유가 전혀 없다. 게다가 그 어린이는 이제 공교육에 첫걸음을 내딛는 참이었다. 그런데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머리가 정상인을 따라가지 못하리라.’는 억측 때문에 퇴짜를 맞았으니 그 아이로서는 이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가.

문제가 불거지자 그 교장은, 특수교육진흥법상에 장애아 입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학교 행정의 총책임자인 교장이 관련 법규를 몰랐다는 점을 인정하기 힘들지만, 설령 그 해명을 받아들인다 쳐도 그의 장애인 인식과 교육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으면, 이를 극복하고 다른 어린이들과 조화롭게 지내도록 더욱 관심을 쏟는 게 교육자의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 목적의 일부에 불과한 ‘학업 성취’에서 부진하리라는 예단을 갖고 입학을 거부했으니 그 교육관은 무엇에 바탕을 두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에 그 학교가 사립이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더욱 문제는 심각하다.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이를 구하느라 두 다리를 잃은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를 보라. 장애인은 별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냥 ‘행동이 불편한’ 우리 이웃일 뿐이다. 행여 내 마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지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 볼 일이다.

2004-11-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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