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기 칼럼] 가짜 뉴스는 범죄다

[박홍기 칼럼] 가짜 뉴스는 범죄다

박홍기 기자
입력 2017-02-22 21:20
수정 2017-02-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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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수석논설위원
박홍기 수석논설위원
급기야 가짜 뉴스가 현실로 다가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확산에 따른 산물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맞닥뜨리고 있다. 가짜, 즉 페이크 뉴스(fake news)는 기존 매체에서 심심찮게 봐 왔던 사실의 축소나 과장, 왜곡과는 전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금전적이든, 정치적이든 악의적인 목적을 위해 거짓이나 허위를 진실인 양 고의로 그럴듯하게 기사 형태를 빌려 날조한 것인 까닭에서다.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조작됐다.

가짜 뉴스는 노골적이고 공개적이다. 사생활에서부터 정치적 사안에 이르기까지 정해진 영역이 따로 없다. 은밀하고 교묘하게 퍼뜨리는 유언비어나 괴담과 달리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음해성 댓글과는 판이하다. 뉴스가 지닌 기본적인 특성, 즉 진실성과 공정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가 노린 것이 바로 뉴스가 갖는 신뢰성에 따른 영향력과 파급력이다. 언론의 자유를 갉아먹고 사회 교란을 야기하는 소셜 바이러스다.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곳곳이 가짜 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 나섰다. 가짜 뉴스가 실질적으로 대두된 계기는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 과정에서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는 등의 가짜 뉴스에 시달렸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을 만큼 가짜 뉴스가 떠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와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기사에 대해 “가짜 뉴스”라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와 연루됐다는 보도가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한국에서도 가짜 뉴스가 화두다. 혼란스런 탄핵 정국에 편승한 가짜 뉴스가 공공연히 흘러다니고 있다. 서울광장에 보수단체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 견줘 ‘서울시장의 탄식, 차리리 스케이트장이나 개장할 걸’이라고 쓴 인쇄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선친 묘소 퇴주잔’ 영상 등도 가짜 뉴스였다.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 때 “인격 살해와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가짜 뉴스가 의도한 정치적·사회적 폐해의 가시화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그리고 다가올 대선과 맞물려 가짜 뉴스는 한층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드러났듯 찬반과 이념의 대립이 첨예한 탓이다. 상식과 양심과 도덕이 아닌 맹목적인 신념이 판단의 잣대로 작용할 수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確證偏向)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수용하고 다른 내용은 배척하는 심리다. 결과적으로 입맛에 맞는 뉴스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가짜 뉴스가 비집고 나오는 이유다. 가짜 뉴스의 생산자가 특정 그룹이나 정치 집단일 경우엔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짜 뉴스는 규제해야 마땅하다.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악의적인 가짜 뉴스의 제작·유포를 단속하기로 했다. 명예훼손 등의 규정을 둔 형법·민법·정보통신망법, 공직선거법 등에 따른 법적 제재다. 그렇지만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허위 정보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땐 적용할 법률이 없다는 한계도 있다. 가짜 뉴스를 걸러 내는 ‘사실 확인’(fact check) 등의 기술적 방법과 매체끼리의 협업도 가능하다. 다만 과도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율 규제가 우선 필요하다. 저널리즘의 본령인 진실 보도에 더 충실하는 것이다. 가짜 뉴스의 창궐은 검증을 다하지 않은 매체들의 책임이 적잖다. 취재 성실의 의무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뉴스 이용자들의 합리적인 의심과 뉴스를 제대로 보고 읽는 능력이 뒤따라야 함도 물론이다. 그래야 가짜 뉴스 자체를 근절하지는 못 하더라도 줄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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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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