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헌법 너머] 제2투표의 가치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제2투표의 가치

입력 2019-12-01 21:02
수정 2019-12-0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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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밝히듯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다스리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이 나라를 통치한다. 즉 오늘날의 대의제민주주의에서 국민의 대표들을 뽑는 선거가 있고, 따라서 합리적인 선거제도를 마련하는 일은 국민주권주의의 실현과도 맞닿아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누구라도 자신의 대표를 자기 손으로 직접 뽑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선거에서 지역선거구가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적으로 표를 많이 얻은 한 명을 뽑는 선거여서 여러 후보자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투표자수의 절반이 넘는 많은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데에 있다. 게다가 정치적 지역주의가 여전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가 아니면 제아무리 인물이 좋아도 당선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로써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기보다는 지역구민의 대표에 보다 충실해야 재선을 기대할 수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가 국익을 도모하는 통합의 공론장이기보다는 여러 의원들이 예산과 각종 민원 등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먼저 챙기려는 갈등과 분열의 대결장이 돼 왔다.

이처럼 지역구선거에 뒤따르는 많은 사표 발생과 과소대표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국회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비례대표선거가 추가됐다. 여성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의 대표성이 또한 문제로 불거져 있다.

지난 2001년에 헌법재판소는 1인1표제로 별도의 정당투표 없이 행해져 온 기존의 비례대표 의석 배분이 직접선거와 평등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그러고서 제17대 총선(2004년)부터 제2투표, 즉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위한 정당투표가 따로 실시되고 있다. 당시에는 비례대표 의석이 56석이었는데 제20대 총선(2016년) 때는 47석으로 줄어들었다. 별도의 정당투표가 없던 제16대 총선에서는 전체 의석수 273석에 비례대표 의석이 46석이었는데 전체 의석이 300명으로 늘어났는데도 비례대표 의석은 고작 47석이다. 전체 의석수 대비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오히려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제1투표와 제2투표, 둘 다 주권자가 행사하는 소중한 한 표인데도 그 가치가 현저하게 다른 셈이다. 그 자체로 위헌은 아니지만 별도의 정당투표가 실시되는 의미에 비추어 볼 때에 역행적인 결과임이 분명하다. 다들 짐작하듯이 지역선거구 조정 때문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고, 지역구의 분구(分區)는 몰라도 통폐합에는 내심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거법 개정 협상은 늘 어렵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생선가게에 제 것만 챙기려는 고양이들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서 2015년에 중앙선관위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대1 범위(±5%)로 하면서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4월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의 모든 정당이 어렵사리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고 며칠 전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비례대표 의석을 75석으로 늘리고 정당투표 결과를 정당별 전체 의석수 할당에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준연동형, 6개 권역별 비례대표명부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 골자다. 이로써 국회의 대표성과 비례성이 다소나마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원안에서 75석으로 예정된 비례대표 의석을 60석 내지 50석으로 줄이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역시나 짐작했던 바이지만, 어쨌든 몹시 실망스럽다. 독일 연방의회는 1990년 통일 이후에 328개로 늘어난 지역선거구를 2002년에 299개로 줄였고 최근에는 다시 250개로 감축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연방의회선거가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인 독일에서는 관련 설문조사에서 지역구 의원을 뽑는 제1투표보다 정당투표인 제2투표가 더 중요하다고 답하는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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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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