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지하경제가 되어 가는 기업 기부금/전경하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지하경제가 되어 가는 기업 기부금/전경하 산업부 차장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16-10-24 22:38
수정 2016-10-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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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예산 심사가 시작되면서 법인세율 인상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최고 24.2%(지방세 포함)이지만 각종 공제 등을 제외한 실효세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이는 법인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한 근거로 쓰인다. 반면 기업들은 실제 법인세율이 24.2%를 넘는다고 주장한다. 각종 명목의 부담금과 이런저런 이유로 내는 기부금 등을 합하면 30%쯤 될 거라고 한 경제단체 고위 임원은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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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하 정책뉴스부장
전경하 정책뉴스부장
기업의 기부금이 쓰이는 분야는 제한이 거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도로 1967년 당시 민간자금 305만 달러가 투자돼 장기신용은행의 전신인 한국개발금융회사가 세워졌다. 장기신용은행은 국민은행과 합병돼 사라졌다. 전경련은 1970년 노동계와 교섭하는 사용자단체 역할을 할 한국경영자협의회(현 경총)를 만들었다. 경총은 현재 경제 5단체의 구성원이다. 전경련 주도로 2009년부터 10년간 1조원을 기부받기로 하고 출범한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올해 서민금융진흥원에 흡수됐다. 기업에서 임직원으로 기부자의 범위를 넓혀 두 달 만에 800억원 이상 모은 청년희망재단은 이달이 출범 1주년이다. 미르재단도 이달이 출범 1주년이다. 기업이 기부금은 냈지만 그 이후 결과에 대한 보고는 별로 받아 본 적이 없다. 기업이 정권에 사용 명세서를 요구할 배짱은 없다.

‘정권의 수금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전경련을 해체한다고 해도 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수금 창구만 바뀔 뿐 기부금 갹출은 계속될 것이다. 기업을 개발독재 시절에는 정부 소유로 생각하다가 이젠 규제 대상으로 생각하니 기업은 정권의 화수분이다. 할 수 있는 것만 나열하는 우리나라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을 하나 더 열거하는 것이 기업에 큰 사업 기회가 된다. 따라서 ‘규제 권력’에 맞설 기업은 없다. 정권이 원하는 인사는 금융공기업 등 공공기관으로 풀고 원하는 사업은 기업 돈으로 하는 행태가 된 지 꽤 오래지만 여기에 대놓고 반대하거나 최소한 불만을 이야기하려면 사업을 접을 각오를 해야 한다.

기업의 기부금은 기업 주머니에서 나왔지만 원천은 소비자의 주머니다. 또 기부금을 내면 기부금이 비용으로 간주돼 법인세를 적게 낼 수 있다. 기부금을 내기 위해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더 거둬야 하고, 행여 기부금 납부로 정부의 세입 예산이 줄었다면 그 나머지를 다른 곳에서 채워야 하는 이중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기업의 기부금은 보다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

미르재단에 68억원을 낸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는 지난해 총 546억 82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고만 돼 있다. 전년도 156억 9300만원에 비해 기부금이 많이 늘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다. 미르재단에 68억원,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낸 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에도 기부금 505억 7700만원만 나와 있다. 이 정도의 출연이면 이사회 안건인데 이사회 안건으로 기록된 기업은 포스코 정도다.

재단의 사업 목적은 합당했더라도 이렇게 뭉뚱그려 걷어서 모르게 쓰인다면 지하경제보다 별반 나을 게 없다. 지금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표로 삼았으니 기부금도 양성화시키자. 일정 규모 이상의 기부금이나 증가 현황은 공개하도록 하자. 그리고 정부건 경제단체건 기업에 일정 규모 이상 요구할 때도 공개하도록 하자. 그런데 이럴수록 기부금이 더 지하로 들어갈 거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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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k3@seoul.co.kr
2016-10-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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