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서울시장으로 성공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서울시장으로 성공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한준규 기자
입력 2016-06-06 18:02
수정 2016-06-0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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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사회2부 차장
한준규 사회2부 차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시민의 안전은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지난해 6월 4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심야 기자회견으로 대선 후보 고지를 선점했던 1년 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벌써 한 달째 발달장애인 부모가 시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공 사망 사건’이 터졌다. 서울시장이 된 지 4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청년’과 ‘안전’을 시정의 최대 가치로 삼았던 박 시장에게 ‘구의역 19살 김모군 사망 사건’은 치명적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사건이다. 모두 박 시장 집권기에 일어났고, 안전대책이 실행되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반복된 것이라는 사실에 서울시민은 충격을 받았다.

이전에 서울시에 대형 인명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상판 붕괴, 서울 왕십리역 충돌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에서 서울시의 행동은 신속했고 희생자와 그 가족을 충분히 어루만졌다.

이번엔 달랐다. 서울메트로가 ‘우리는 책임이 없다. 작업자의 잘못이다’고 발뺌을 하면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산하기관 안전업무 외주화 전면 개선’이란 대책을 내놓았지만, 재탕 삼탕에 그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일함에 빠져 있는 서울메트로에 직접적인 메스를 들이대지 못했다. 여기에 메피아(메트로+마피아)의 해묵은 관행도 드러났다. 모든 유탄은 서울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시장을 향하고 있다.

‘구의역 사건’으로 정치인으로서 박 시장의 행보도 꼬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계기로 ‘뒤로 숨지 않고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 결의문에 있는 것처럼 퇴임 후 정치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야당 지지자에게 ‘사이다 일격’도 날렸다. 충청권 방문을 연기했고 봉하마을 방문은 기약이 없어졌다.

서울시는 사망 사고가 난 지 사흘이 지나서부터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씨에는 1% 잘못도 없다’, ‘서울메트로 간부의 전원 사표’, ‘서울메트로 본부장 등 2명 사표 수리, 5명 직위해제’ 등 초강수로 분위기 반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윤준병 전 은평부구청장을 서울시 교통본부장으로 다시 불러와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메트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서울시 고위 간부들의 경질설도 나온다. ‘~카더라’가 꼬리를 물면서 ‘애꿎은 공무원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서울시 공무원 조직이 술렁댄다.

정면 돌파와 인적 쇄신도 좋다. 하지만 그 전에 손자병법의 ‘선전자 구지어세 불책어인’(善戰者 求之於勢 不責於人)을 먼저 떠올려 곱씹어 봐야 한다. 즉 ‘명장은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에 주력하며 부하를 탓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론적으로 박 시장이 책임을 지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박 시장이 영입한 시민단체 등 정무라인과 비서진)의 책임도 크다. 박 시장 덕분에 서울시로 들어온 수십 명의 측근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6·4 메르스 사건 때 ‘한 건’ 했다고 뒷짐 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당시의 위기관리 능력은 다 어디에 갔는가. 서울시 어공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 박원순호가 성공한 시장이란 목표로 잘 가고 있는지 말이다. 서울시민이 왜 박원순을 사랑했는지도 다시 새겨 봐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으로 성공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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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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