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북핵 문제에 관한 협상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전담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특사가 드디어 다음 주 평양 방문 길에 오르기 때문이다. 사실 보즈워스의 방북을 위해 그동안 많은 접촉과 노력이 있었다. 지난 8월 초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미·북 대화에 대한 강력한 집념 표시가 있었고, 9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일본, 중국의 정상을 만나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에도 이 문제가 논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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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욱 싱가포르 남양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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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욱 싱가포르 남양대 교환교수
그러나 보즈워스의 방북을 계기로 곧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핵 문제 해결에 돌파구가 터지기보다는 오히려 미·북 양자 회담이 우여곡절의 밀고 당기는 지루한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우선 회담의 형식에서 미국이나 중국의 설명과는 달리 북한은 미·북 양자 회담을 협상의 주 무대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다자회담에 응한다 해도 변형된 형태일 가능성이 많다.
6자 회담에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3자나 4자 회담을 하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북 양자 회담을 주로 하면서 안건에 따라서 관련 국가들이 모여 논의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6자 회담의 본회의 대신에 미·북 양자 회담이 협상을 주도하면서 필요하면 6자회담의 분과위원회 회의가 간혹 열리는 이상한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내용면에서는 핵의 투명성보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주 의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 개발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때문이고, 그 적대정책의 철회는 곧 평화협정 체결과 한·미 동맹의 파기와 주한미군 철수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협상 전략일 것이다.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해 가능하며 이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회를 전제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의 억지 주장을 받아주지는 않겠지만 협상은 지루한 밀고 당기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즈워스의 상대가 될 강석주는 그런 의미에서 탁월한 전략가이다. 90년 대 초 제네바 협상 때처럼 그는 이런 밀고 당기는 싸움에서 언제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앞으로 진행될 북핵 협상에서 우리는 중국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이익이나 협상전략이 과연 그럴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입장은 우리에게 양면의 칼날 같은 존재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보다 안정과 평화를 더 소중히 여긴다. 북핵 해결을 위해 북한에 어느 정도 압력을 가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북한의 강한 반발로 한반도의 평화가 깨어진다면 중국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핵을 보유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붕괴되는 북한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오바마 정부가 전쟁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국의 판단인 듯하다.
미국과 중국은 이제 서로 물고 물린 관계에 있다. 중국이 보유한 8000억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 때문에라도 그렇다. 같은 수갑에 함께 묶여 있는 죄수의 경우와도 비슷하다. 경제적으로 공존공멸(MAD)의 상태에 있다. 서로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이런 중국의 입장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욱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도 있다.
클린턴이 아니라 오바마가 평양에 오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하면 남북정상 회담은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정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차례이다.
싱가포르 남양대 교환교수
2009-12-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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