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형만 한 아우 없다

[말빛 발견] 형만 한 아우 없다

이경우 기자
입력 2016-12-21 22:38
수정 2016-12-2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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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 한 아우 없다’가 역시 더 잘 어울린다. ‘아우’ 대신 ‘동생’으로 대체해 ‘형만 한 동생 없다’라고 하면 조금 불편하다. 이 속담에 익숙해져 있어서일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형’의 상대어로 현재 더 널리 쓰이는 ‘동생’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더 정확한 지점에 ‘아우’가 자리해 있다. ‘동생’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남동생에게도 여동생에게도 쓰인다. ‘아우’는 제한적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같은 성의 손아랫사람에게만 사용한다. 언니가 여동생에게, 형이 남동생에게 쓴다. 그렇지만 주로 남자들 사이에서만 오간다. 나이가 있는 층에서 많이 쓰이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좁고 제한된 말이다 보니 ‘형과 아우’ 사이는 더 각별한 분위기를 풍긴다. ‘형과 동생’ 사이보다 깊은 속내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역사도 ‘동생’보다 ‘아우’가 더 깊다. 친족어로서 손아랫사람을 가리키는 ‘동생’은 근대국어 후반이 돼서야 나타난다. 그 이전의 ‘동생’은 ‘형제와 자매’를 뜻하는 ‘동기’(同氣)를 가리켰었다. 이런 이유들도 있어서 ‘형과 동생’보다는 ‘형과 아우’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표현이었다 할 수 있다.

한데 이 속담 안에 들어간 ‘아우’는 기를 펴는 아우가 아니다. 늘 형을 위해 있어야 하고, 형에 못 미치는 동생이다. 말은 정겹고 친밀해 보이지만 불편함이 있다. 권위를 내비치는 모습을 살짝 가려 놓았다. 그럴듯한 속담에 ‘장자 우선’이라는 지나간 시대의 질서가 보인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6-12-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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