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통일산책] 남북한 소통하에 북핵폐기가 중요하다

[박재규 통일산책] 남북한 소통하에 북핵폐기가 중요하다

입력 2008-07-07 00:00
수정 2008-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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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신고서 제출과 함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미국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와 함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의회에 통보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각자의 치밀한 계산하에 이루어진 상호조율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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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조만간 재개될 6자회담은 2단계 불능화의 마무리와 3단계 핵폐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핵신고서 검증과 핵폐기 대상 등도 주요의제로 예상된다. 검증문제는 검증의 주체·대상·비용이 핵심이다. 검증주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시킬지,6자회담 참가국 모두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핵무기 미보유국인 한국과 일본은 뺄 것인지 등이 쟁점화될 것이다. 검증대상은 무기급 플루토늄 추출량과 용처를 중심으로 할 것인지, 농축우라늄(UEP)과 시리아·북한간의 핵협력 의혹도 포함시킬지 등이 쟁점으로 예상된다. 검증비용은 5자(한·미·일·러·중) 균등분담 원칙이 있어 큰 쟁점은 아닐 듯하지만 일본의 참여시기가 쟁점이 될 수 있다. 핵폐기 대상은 장비와 시설로 한정하려는 북한과 핵물질과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을 주장하는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논쟁이 예상된다.

9·19 공동성명과 한반도비핵화선언은 폐기대상으로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3단계 핵폐기 대상으로 핵장비와 시설을 강조한다. 물론 핵물질과 핵무기가 폐기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 결국 북한은 3단계 핵폐기를 다시 소단계로 나누어 이행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진 듯하다. 핵폐기 1단계에서는 핵장비와 시설을 폐기하고 상응조치로 경수로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핵폐기 2단계에서는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갖고 미국과의 핵군축회담을 통해 핵물질과 핵무기를 폐기하고 상응조치로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적 보상이 담긴 국교정상화를 요구할 수 있다.

미국무부 성김 한국과장은 최근 “부시정부 임기 내에 북핵 3단계 목표를 완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외교적 성과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외교적 성과는 북한의 협조와 국내의 지지, 부시 대통령의 해결의지가 있어야만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적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의회 일부에서 대북테러지원국 삭제를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네오콘 잔존세력들과 보수 언론들은 북한의 HEU 문제와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을 부각시킨다. 이명박 정부도 북한의 ‘신 통미봉남’ 전략에 대한 미국의 소극적 대응에 불만이다. 특히 9월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대선정국은 북핵진전의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은 철저한 손익계산에 따라 부시 및 차기 정부와 협력할 것을 구별할 것이다.

북핵진전의 동력확보는 중요하다. 지난 시기 북핵상황의 긍정적 분위기 전환에 한국의 역할이 돋보였다. 창조적 모호성으로 9·19 공동성명을 이끌었고,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으로 2·13 합의를 탄생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한국의 역할은 남북간의 소통, 한·중간의 조율, 한·미간의 동맹적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이 6자회담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북핵문제의 당사자로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불신받고 있는 북한을 설득하고 보증할 수 있는 역할도 한국만이 할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이 한국의 역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

실용주의 대북정책은 성과를 중시한다. 부시 2기 정부도 외교적 성과를 위해 대북 강경정책에서 포용정책으로 전환했다. 실용의 관점에서 최근의 북핵진전은 대북정책 전환을 위한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의 잣대를 강조한다. 남북한의 소통하에 북핵진전을 이끈다면 이것이 바로 실용의 잣대의 전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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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2008-07-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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