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워싱턴에서 본 아베와 김정은/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워싱턴에서 본 아베와 김정은/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5-08-28 18:04
수정 2015-08-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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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부 차장
김미경 정치부 차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왔을 때가 가장 힘들었지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최근 워싱턴 대사관 근무를 마치고 귀임한 한 외교관은 “(워싱턴에서 근무한) 지난 3년간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지난 4월 아베 총리 방미에서 일본 총리 역사상 처음으로 미 의회 합동연설이 이뤄졌는데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어 공분을 샀다. 대사관은 아베 총리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는 여론화 작업 등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허사였다. 오히려 미 외교가 일각에서는 과거사에 얽매인 ‘코리아 퍼티그’(한국 피로증)가 퍼지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이로부터 4개월이 흘러 지난 14일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된 ‘아베 담화’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한국·중국 등은 예상대로 반발했다. 그러나 미 백악관은 아베 담화를 “환영하며 높게 평가한다”고 반색했다. 미 정부의 반응은 지난 4월 아베 총리의 합동연설을 “평가하고 주목한다”는 것보다 더 나간 것이었다.

2007년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이사는 “미국의 손을 빌려 일본의 뺨을 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을 움직이려면 미국을 앞세워야 한다는 말인데, 그러기에는 미국이 일본에 너무 기울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계속 매달리는 것이 능사일까.

미국에게 아베 총리는 둘도 없는 파트너이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존재감을 상실한 지 오래다. 북·미 관계가 실종되다 보니 남·북 관계도 미국의 관심에서 멀어져만 간다. 지난 3주간 벌어진 북한의 지뢰 도발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까지의 과정을 보자. 미 국무부는 지난 4일 지뢰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부대변인 명의의 공식 성명을 내놨다. 이어 20일 북한의 대남 포격이 벌어졌는데도 미 정부는 공식 입장 발표 없이 언론 문의에만 응대하는 등 ‘무성의’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21일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했다는 AP통신 보도가 나오자 데이비드 시어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이틀 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했다”고 해명한 뒤 “우리 사령관이 그렇게 할 권한이 있다”고만 설명해 석연치 않은 의문을 남겼다.

미 정부의 두 번째 성명은 24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되고 1시간 뒤에 열린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은 “결과를 잘 모른다”며 입장을 유보했다가 하루가 지나서야 짧은 성명을 내놨다.

미국은 한국에 가장 중요한 동맹이 틀림없다. 그러나 미 정부가 아베 총리를 계속 감싸고 북한을 계속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50명도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할 때 한·일 관계는 한국 정부가 단호한 자세로 풀어 나가야 한다. 남·북 관계도 이번 고위급 접촉 타결을 통해 주도권을 갖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문제도 한국에 더 시급한 과제다. 9월 초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 한·중 정상회담을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묘안’을 찾아 10월 방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 해결과 남·북 관계 진전,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에 동참할 것을 강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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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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