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구(舊)정치와의 단절/이종수 파리특파원

[특파원 칼럼] 구(舊)정치와의 단절/이종수 파리특파원

입력 2009-06-27 00:00
수정 2009-06-2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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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국제부 차장
이종수 국제부 차장
최근 프랑스의 주요 화제는 23일(현지시간) 단행된 중폭의 개각과 그 전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베르사유궁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잇따라 터진 이 굵직굵직한 소식들을 전하느라 분주했다.

국내 언론에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이 22일 프랑스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은 프랑스의 ‘큰 역사’였다.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은 161년 만에 처음이고, 프랑스 5공화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이었다. 프랑스 제5공화국은 헌법으로 정부와 의회를 분리함에 따라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도한 헌법 개정이 상·하원을 통과하면서 이날 연설이 가능했다. 개정 헌법에 따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의회에 출석해 정부의 정책을 설명했다.

사르코지가 지난해 개헌을 주도한 것은 그가 표방하던 ‘구(舊) 정치와의 단절’ 가운데 하나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단절’을 강조했다. 민감한 것은 넘어가고 그럭저럭 통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라 공기업 연금개혁이나 국립대학 개혁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과제들에 과감하게 손을 댔다. 물론 노동계와 대학가에서 강력한 저항이 잇따랐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런 풍경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사르코지의 일관된 의지는 23일 단행한 개각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1기 내각 구성에 이어 이번에도 좌우파 정당을 아우르는 이른바 ‘개방 인사’를 실행했다. 2007년 1기 내각에서 그는 사회당 유명인사인 베르나르 쿠슈네르를 외무장관에 전격 기용하는 등 6명의 사회당 인사를 내각에 기용했다. 이어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특보를 지낸 자크 아탈리, ‘미테랑의 의형제’라 불렸던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 등을 미래의 청사진을 만드는 위원회에 중용했다.

좌우를 아우르는 이런 행보는 이번 개각에도 여실히 나타났다. 미테랑 전 대통령의 조카 프레데릭 미테랑을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여당 대중운동연합의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었던 정적(政敵) 도미니크 드 빌팽 전 총리의 측근인 브뤼노 르 메르를 농업장관으로 중용했다. 또 대선 1차투표에서 사르코지에 맞서 중도파 돌풍을 일으킨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의 측근인 미셸 메르시에 상원의원을 도시공간 및 국토정비 담당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를 정치 감각이 뛰어난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치 공학’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구 정치와의 단절’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르코지가 시도하고 있는 구 정치와의 단절 행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불신론’을 떠오르게 한다.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는 여의도 정치의 구태, 그 비생산성과 비효율성을 지적한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옳았다. 그리고 그런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시도도 일면 타당해 보인다. 여기까지는 사르코지와 닮아 보인다.

그러나 대안에서는 달라 보인다. 사르코지는 구 정치와 단절은 시도하되 대안 역시 정치적 장(場)에서 찾았다. 멀리는 노동계 대파업때 조합 대표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들여 대화를 시도했다. 최근엔 상·하원 합동회의에 출석해 경제위기, 퇴직 연령 연장 등 당면한 현안을 설명하고 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구 정치와의 단절을 정치 고유의 작동과정 밖에서 시도하려고 한 것 같다. 그 결과 다양한 영역에서 소통의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수행이 본질적으로 고도의 정치 행위라고 본다면 구 정치와의 단절도 정치 메커니즘 안에서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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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파리특파원 vielee@seoul.co.kr
2009-06-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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