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일본 정치 위기와 자민당의 정치쇼

[특파원 칼럼] 일본 정치 위기와 자민당의 정치쇼

입력 2008-09-20 00:00
수정 2008-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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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에 격변, 변혁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그만큼 정국이 혼란스럽다. 정확히 말하면 자민당의 위기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1955년 거대 보수정당으로 탄생한 자민당, 이른바 ‘55년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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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도쿄 특파원
박홍기 도쿄 특파원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지난 1일 전격 사의의 뜻을 밝혔다. 취임 11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 당시 아베 신조 총리도 같은 과정을 거친 터다. 후쿠다 총리는 사임 발표 때 “나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정치적인 결정”이라고도 했다.55년 체제를 위한 퇴진이라는 얘기다. 정당의 특성이 정권 획득인 만큼 정권 수호를 위해 “무책임하다.”는 비난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태도나 다름없다. 정치공백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후쿠다 총리의 사의는 자민당의 승부수다. 따져 보면 언젠가 던져야 할 카드였다. 다소 앞당겨졌을 뿐이다. 자민당은 지난해 9월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참패했다. 후쿠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민주당의 공세에 몰려 줄곧 헤맸다.‘후쿠다 컬러’ 한번 제대로 표방하지 못했다. 때문에 후쿠다 총리 자신의 손으로 중의원을 해산한 뒤 중의원 선거를 실시,‘승리’로 이끌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자민당은 화려한 ‘정치쇼’를 펼치고 있다. 목표는 정권의 향방을 가늠할 중의원 선거다.22일 총재 선거는 예선전에 불과하다. 중의원 선거를 위한 자민당의 얼굴을 뽑는 절차인 셈이다. 총재 선거로 분위기를 띄워 새 내각과 자민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중의원 선거에 대비하려는 전략에서다.

흥행몰이에 일단 성공한 것 같다. 짜임새있는 각본과 함께 화려한 출연진의 덕이다. 후쿠다 총리도 많은 후보들이 나선 정책 대결을 주문했다.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와의 차별화이자 민생 및 경제정책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대중적 인기를 가진 아소 다로 간사장과 함께 여성 총리를 꿈꾸는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 경제통의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 행정통의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정조회장, 방위·안보통인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 등 5명이 후보로 나섰다. 자민당의 ‘탤런트 의원’들의 총출연이다. 지난해 5곳에 그쳤던 전국 유세도 17곳으로 크게 늘렸다. 예상대로 매스컴과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총재 선거에 들어간 이래 자민당이 TV에 비친 시간은 민주당에 비해 10배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재 선거의 막바지인 19일 아소 간사장의 ‘대세론’은 사실상 굳어졌다. 각본대로다. 후쿠다 총리와 아소 간사장간의 ‘선양(禪讓)설’도 맞아떨어진 듯하다.

문제는 자민당의 ‘정치쇼’ 효과가 중의원 선거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오염쌀의 전매, 후생연금 문제 등도 자민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자민당의 의석은 총 480석 가운데 305석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31석까지 합치면 무려 336석에 이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카리스마’에 힘입은 2005년 선거 결과다. 현상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과반수의 확보가 선거의 초점이다. 과반수를 획득하는 쪽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 민주당이 과반수를 넘으면 일본의 정치사는 다시 쓰여진다. 참의원까지 장악한 명실상부한 정권 교체인 까닭에서다.1994년 사회당 출신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때와 차원이 다르다. 패한다면 다양한 계파들로 구성된 민주당은 존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다.

중의원 해산은 다음달 3일, 선거는 26일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해산권은 총리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선거권은 국민의 몫이다. 표심에 따라 일본 정치는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박홍기 도쿄 특파원 hkpark@seoul.co.kr
2008-09-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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