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阿 마음을 사는 일본의 자원외교/박홍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阿 마음을 사는 일본의 자원외교/박홍기 도쿄 특파원

입력 2008-05-31 00:00
수정 2008-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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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사회부장
박홍기 사회부장
일본이 개최한 제4회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가 30일 막을 내렸다.5년마다 열리는 아프리카를 위한 축제다. 아프리카 53개국 가운데 52개국이 참석했다. 더욱이 40개국의 정상들이 일본을 찾았다. 역대 최다다. 아프리카를 요코하마로 옮겨놓은 것과 다름없다.

아프리카를 겨냥한 일본의 전략은 치밀했다.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연출력이 돋보였다. 정부도, 기업도, 언론도, 시민단체들도 아프리카에서 온 손님을 환대했다. 선물도 듬뿍 안겼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71세의 고령에도 불구,40명의 정상과 개별 회담을 가졌다. 아프리카를 껴안기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아프리카 자원의 필요성을 숨기지 않았다. 또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지지도 호소했다. 손님들도 일본의 속내에 그다지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가장 절실한 선물을 받은 까닭에서다. 후쿠다 총리는 개발회의 결과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마치 환심을 샀다는 얘기 같다. 개발회의는 아프리카의 자립과 성장 지원에 맞춰졌다. 아프리카는 기아와 빈곤, 질병, 문맹, 분쟁 등의 난제를 안고 있다.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도 전체의 41%에 달하는 데다 에이즈 감염률은 상위 10개국을 ‘독점’하고 있는 처지다. 유아의 14%는 5살을 넘지 못한다. 말라리아 전염자도 연간 80만명가량이다. 세계 인구의 14.5%,9억 6500만명이 사는 검은 대륙의 이미지다.

또 하나의 현실도 존재한다. 아프리카는 천연자원의 보고다. 석유 매장량은 전세계의 10%를 차지한다. 특히 첨단 기기에서 없어서는 안될 희소금속도 엄청나다. 백금의 매장량은 전세계의 90%, 코발트는 50%, 크롬은 30% 정도다. 풍부한 자원 덕에 최근 평균적으로 5%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아프리카의 자원 쟁탈전이 벌어지는 원인이다. 후쿠다 총리가 “21세기는 아프리카 성장의 세기”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은 아프리카 진출에 후발 주자다. 일본도 인정하고 있다. 중국에 한참 밀렸다. 특히 중국은 대외원조의 40%를 아프리카에 집중시키고 있다. 대아프리카 수출도 중국이 단연 최고다. 아프리카의 독립에 기여한 역사적 인연도 작용하는 탓이다. 현재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75만명에 이른다. 일본인은 7000명선이다.

일본은 아프리카의 지원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아프리카 스스로 설 수 있는 노하우의 전수에 나섰다. 식량 증산, 기아 탈출, 공업화 진입이라는 아시아의 발전 모델을 밟게 하기 위한 차원이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인프라 구축에 향후 5년 동안 40억달러의 엔차관을 주기로 했다. 아프리카의 공적개발원조(ODA)도 현재 9억달러에서 2012년까지 두배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지원은 쉽게 생색을 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인적·기술적 지원조차 마다하지 않았다. 식량의 자급 자족을 위한 품종 개발과 농업기술 지도, 음용수를 위한 물 방위대 파견,10만명의 보건의료 인재 육성, 초등학교 1000개교 건설, 아프리카로부터의 유학생 유치 등….‘아시아인=중국인’으로 오인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일본인’을 각인시키는 전략이자 ‘친일파’의 양성인 셈이다. 전방위에 걸친 장기적인 포석인 것이다.

자원 확보는 부존 자원이 적은 모든 국가의 과제다. 자원의 무기화 경향이 강해진 현 시점에서 자원 외교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략적 접근이나 한건주의가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상황이 이럴진대 외교관수의 과다만으로 해결될 수도 없다.‘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처럼 자원 보유국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나서야 한다. 때문에 새삼 국가의 체계적인 전략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자원 외교의 기치를 내건 이명박 정부도 비록 경제적·정치적 여건은 다르지만 아프리카의 저변을 집중 공략하는 일본의 대응을 한번쯤 짚어봤으면 한다.



hkpark@seoul.co.kr
2008-05-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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