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숙 칼럼] ‘법대로’ 외치며 민주주의 역행하는 민주당

[최광숙 칼럼] ‘법대로’ 외치며 민주주의 역행하는 민주당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4-07-10 04:36
수정 2024-07-1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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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상임위원장 독식한 민주당
민주화 이후 쌓아 온 관행 무시
무분별한 탄핵·입법 권한 남용
법치는 민주주의 정신 바탕해야

‘법대로’가 압도적 의석수로 22대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폭주와 제멋대로 국회 운영을 하는 ‘도깨비 방망이’로 등장했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은 본회의 투표로 뽑는 만큼 민주당(170석)이 18개 위원장을 다 가져가도 법리상 문제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의장을 맡는 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지 않는 게 암묵적 관행이다. 여야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였다. 운영위원장을 여당이 맡는 관행 역시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국회 운영을 하라는 취지에서 그동안 지켜져 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독식했다. 국민의힘이 항의하자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법대로 상임위 구성을 마쳐야 한다”며 “원 구성 기준은 헌법과 국회법”이라고 받아쳤다. 첫 국회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일방적인 회의 진행을 따지자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법대로 한다”며 묵살하고 “국회법 좀 공부하라”고 했다.

민주당 주장대로 ‘법대로’ 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인가. 미국 정치학자 야스차 뭉크는 ‘위험한 민주주의’에서 “법치주의가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법치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는다고 해도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을 들이대며 그동안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어렵게 쌓아 온 의회민주주의 관행을 깔아뭉개는 지금 민주당의 행태가 딱 그렇다.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역주행이자 퇴행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는 사회적·정치적 합의가 이뤄진 ‘관행’을 법 이상의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삼는다. 법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체득했다. 미국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미국 민주주의를 오랫동안 지켜 준 것은 헌법이 아니다”라면서 “경제적 풍요, 중산층, 시민사회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민주주의 규범”이라고 했다.

이들이 말한 강력한 민주주의 규범에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와 정치권을 움직여 온 규범인 관행이 포함된다. 사회 질서와 공동체의 이익·신뢰를 더 우선시하는 가치 등이 법에 일일이 다 적시되지 못하다 보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관행이 법을 대신해 사회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관습법은 성문화되지 않은 관행·관습이 법적 구속력까지 갖게 된 경우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세종시 수도 이전을 위해 추진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불문헌법’임을 근거로 제시했다. 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조선시대 이래 지금까지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사실에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수도 이전에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입법권은 국회의 권한이지만 ‘이재명 방탄법’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들은 정파적 이익을 위한 황당한 법이다. 이는 국회의 권한 남용으로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검사 4명과 방통위원장에 대한 잇따른 탄핵 발의 역시 마찬가지다. 탄핵은 일반적인 징계 절차로 파면하기 어려운 대통령, 장관 등 고위공직자를 파면시키기 위한 예외적이고도 특별한 절차다. 그런데 민주당은 심지어 쌍방울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 검사에 대해 ‘대변 의혹’으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을 알면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탄핵제도의 남용이다. 탄핵이 국회의 권한일지언정 지금 민주당처럼 탄핵을 남발한 적이 있던가. 근본 취지를 무시한 ‘법대로’ 탄핵은 민주주의 정신과 거리가 멀다.

고대 그리스의 왕인 피로스는 로마와의 전투에서 초반에 몇번 승리를 거두었으나 많은 병력을 잃고 결국 당대에 패망했다. 이후 실속 없는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라고 한다. 총선 압승 후 민심과 먼 ‘법대로’만 외치며 독단적 국회 운영과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은 초반 승전보를 올릴지 모르겠지만 종국에는 별 이득 없는 ‘피로스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광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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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대기자
최광숙 대기자
2024-07-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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