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원 칼럼] 포퓰리즘, 기득권층이 휘두르는 ‘조자룡의 헌 칼’

[이용원 칼럼] 포퓰리즘, 기득권층이 휘두르는 ‘조자룡의 헌 칼’

입력 2011-07-20 00:00
수정 2011-07-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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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포퓰리즘(populism)은 흔히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행태, 곧 대중영합주의’로 규정된다. 이 용어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탄생했다. 공화·민주 양대 정당에 대항하고자 등장한 인민당(populist party)이 경제적 합리성은 도외시한 채 노동자·농민의 표를 의식한 정책을 남발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포퓰리즘이란 말이 2011년 한국사회에서처럼 자주 쓰인 사례가 이전엔 아마 없었으리라. 무상급식이건 ‘반값 등록금’이건, 그 밖에 복지와 관련한 요구가 나오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어김없이 포퓰리즘이란 칼날을 세워 난도질부터 하려 든다.

집권당과 그 소속 의원·지자체장, 정부, 재계가 내세우는 논리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급식비를 내지 않고 학교에서 밥을 먹는 것도, 대학생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일도 다 나라와 국민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짓이며, 이는 “인기영합적인 데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 결국은 “망국적 유령”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비난이 언론매체에 오르지 않는 날이 드물 지경이 되니 이제는 포퓰리즘이라는 표현 자체가 묘하게 사람을 주눅들게 만든다. 포퓰리즘을 꾀한다고 지목 받으면 일단 ‘무지하고 이기적인 사람’처럼 되어 버리기에, 그에 동의하면 나 자신도 같은 부류가 되는 듯한 꺼림칙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 비난은 옳은 걸까.

우리사회는 오래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무상(의무)교육을 해왔다. 초등학교는 1953년에, 중학교는 1985년에 각각 시작했다. 수업료 부담을 주지 않고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판이다. 그런데 그 교육의 일부인 학교 급식을 무상으로 하는 일을 ‘인기영합적’이라 우기는 게 합리적 비판일 수는 없다. 무상급식은 무상교육의 내적 충실화에 불과하다.

교육 부문 예산을 급식에 쏟아부으면 교사 개·증축 등 낙후한 교육 환경 개선이 어려워진다는 주장도 있다. 왜 무상급식 비용을 교육 예산 내에서만 돌려써야 하는가. 서울시 예산 1000억원으로 한강에 세빛둥둥섬을 띄울 건지, 아이들을 3~4년 무상으로 밥을 먹게 할 건지는 ‘인기 영합’과는 상관없이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이다.

반값 등록금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학 진학률이 80%대에 이르는 사회에서 대학 진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 알량한 대학 졸업장 하나 없으면 경쟁의 장(場)에 진입하는 일조차 불가능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은 반값 등록금을 지지한다. 그런데도 대중에 영합한다고 몰아붙이는 정치인들은 누구를 위하여 왜 정치를 하는 것일까.

‘조자룡이 헌 칼(창) 쓰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돈이나 물건을 헤프게 쓰는 경우를 이른다. 조자룡은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하고자 100만 대군을 홀로 헤집으며 날이 다 빠지도록 칼을 휘둘렀다. 목숨을 걸고 주군에게 충성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을 무기 삼아 마구 들이대는 이 시대 일부 인사들에게 나라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은 없어 보인다. 그들이 지키고자 애쓰는 건 오로지 기득권일 게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에게 나라와 국민의 장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포퓰리즘이란 용어는 복지 확대를 원하는 국민을 무지하고 이기적인 양 몰아붙인다는 점에서 모욕적이다. 또 거짓된 논리로 선동한다는 측면에서는 폭력적이다. 앞으로도 포퓰리즘을 앞세워 국민 요구를 무시하는 정치인·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노리는 바를 눈여겨봐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찜찜하다면? 브라질의 전 대통령 룰라를 떠올리기 바란다. 선반공 출신인 그가 각종 복지정책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자 구미 언론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해 8년 임기를 마칠 즈음 국민 지지도는 87%나 됐다. 포퓰리즘이 승리한 것이다.

ywy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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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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