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원 칼럼]입시산업이 대한민국 교육 망친다

[이용원 칼럼]입시산업이 대한민국 교육 망친다

입력 2010-12-04 00:00
수정 2010-12-0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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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흘 뒤면 2011학년도 대입 수능시험 성적이 발표된다. 성적표를 받아든 많은 수험생은 실망과 좌절 속에서도 제 성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더 나은’ 대학을 찾느라 애쓸 터이다. 그 과정에서 또 적잖은 학부모가 돈보따리를 싸들고 입시컨설팅 학원을 찾아갈 테고. 해마다 입시철이면 이 사회가 겪는 혼란을 지켜보면서 ‘입시산업’이 결국 대한민국 교육을 망치리라는 불길한 예감은 점차 굳건해진다.

대학입시가 교육만의 문제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됐다. 내 아이가, 또는 내가 착실히 학교 다니고 공부 열심히 하면 적절한 대학에 들어가겠지 라고 믿는 학부모, 학생은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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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대신 어떻게 돈을 구해서 아이를 ‘족집게 학원’에 보낼까 고민하는 학부모와, 좋은 학원에만 가면 나도 남만큼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믿는 학생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교육은 가정경제를 뒤흔들어 수입에 비해 ‘빈곤한’ 삶을 살게 하는 원흉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 시장의 전체 규모는 21조 6000억원이다. 민간 연구기관에서 추정하는 액수는 훨씬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교육 시장이 2007년 이미 33조 5000억원에 달했고 올해 시장 규모는 40조원에서 5000억원 정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비밀리에 거액이 오가는 사교육 현장의 특성상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욱 클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해 수십조원의 돈이 오가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 입시산업은 그에 걸맞은 탄탄한 구조를 자랑한다.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고교-중학교-초등학교-유치원에 이르는 단계별 하위구조를 유지한다. 먼저 수능시험을 치려면 언어(국어), 수리(수학), 외국어(영어) 등 주요 과목은 물론이고 사회·과학 탐구영역을 학원에 나가서건, 온라인 강의를 듣건 공부해야 한다. 그뿐인가. 수시모집에 응시하면 논술시험을 봐야 하니 역시 전문학원에 나가야 하고. 이제는 입학사정관제까지 신경써야 하니 수험생이 일주일 내내 학원에 매달리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

또 좋은 대학에 가려면 먼저 특목고, 자율고, 국제고 등 일반고가 아닌 고교에 진학해야 한다. 그래서 중학생도 쉬지 못한다. 학원 밀집지역에 ‘특목고 전문반’이 모여 있는 게 다 그 때문이다.

그러면 초등학생은? 중학교에 진학해 특목고 전문반을 찾으면 학원장이 점잖게 나무란다. 왜 이제야 왔냐고, 늦었지만 한번 해보자고. 유치원도 다르지 않다. 원비가 월 100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은 곳곳에 널려 있다.

입시산업의 수혜자가 학원만은 아니다. 대학 역시 수혜자로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한다. 지난 국감에서 공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학 측이 걷는 입시 전형료는 4000억원쯤으로 예상됐다. 전형이 수시, 정시로 나뉘어 계속 있는 데다 중복지원이 허용되기에 가능한 수치이다. 이는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그만큼 추가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원과 대학이 내놓고 돈을 번다면 입시산업의 숨은 수혜자는 정치인, 관료일 것이다. 이 나라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그동안 사교육을 억제한다고 온갖 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항상 그 시장을 살찌우는 걸로 끝냈다.

물론 학원, 대학과 교육당국의 검은 커넥션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 군수산업의 예로써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군수산업을 키운 정책은 정계, 관계에서 나오고 거꾸로 정·관계는 군수산업의 후원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입시산업은 이와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현재와 같은 대입 방식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학원·대학 등 관련 종사자와, 돈으로 승부를 걸 만한 부유층밖에 없다. 나머지 가정은 전부 대학입시의 덫에 걸려 집안의 부(富)를 야금야금 빼앗기기 마련이다. 입시산업의 견고한 틀을 하루빨리 깨부수지 않는 한 대한민국 교육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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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yi@seoul.co.kr
2010-12-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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