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욱 풀뿌리 정치] 교육감 직선제 폐지해야 한다

[정세욱 풀뿌리 정치] 교육감 직선제 폐지해야 한다

입력 2010-11-03 00:00
수정 201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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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노선이나 정책이 달라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촉구했다. 6·2 지방선거로 민선 교육감이 출범한 지 불과 몇달 만에 한나라당·민주당 및 무소속 시·도지사들이 한목소리로 교육감 선출방식 개선과 지방정부로의 지방교육청 통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직선제 폐해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시·도교육감과 한국교총·전교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헌법 제31조가 규정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교육자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발상”이라며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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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교육감 직선제는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교육감 후보의 이름은커녕 교육감 선거가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했다. 후보자들은 교육공약보다는 ‘자기 알리기’에 많게는 30억~40억원씩 선거비용을 썼다. 당선된 교육감은 빚을 갚기 위해 입찰·인사 비리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 돈 없으면 유능한 인재라도 교육감이 될 수 없다. 교육감 직선제가 폐지되면 교육부문이 정치권에 예속될 것이라지만, 오히려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을 정치로 내몰았다. 전교조와 진보성향의 단체들이 진보세력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나서고, 일부 보수단체들도 단일화 운동을 벌여 올해 교육감 선거는 정치판이 돼버렸다.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이 내건 공약들은 의무교육기간 연장과 무상급식 전면실시 등 대부분 정치적 사안이었고, 당선된 후 교원평가·학력평가·학생지도 등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과 충돌했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유지하면서 지역특성에 맞는 교육행정을 추진하려는 것이 교육자치의 취지인데 그 선을 넘었다. 무상교육, 특목고 등 교육정책에서 시·도지사와도 마찰을 빚었다. 학교는 갈등현장으로 변하고, 교사·학생·학부모는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감 직선론자들은 그 근거로 헌법 제31조 4항을 든다. 그러나 이 규정은 지방자치와 별도로 교육자치를 하라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의 틀 안에서 교육도 자치를 하되 교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라는 뜻이다. 헌법은 ‘제8장 지방자치’만 규정했을 뿐 교육자치를 규정하지 않았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중앙정부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직선으로 뽑아 대통령과 교육대통령의 2원체제로 해야 한다. 경찰도 정치 중립이 요구되는데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려면 시·도경찰 수장(首長)을 직선으로 뽑아야 한다. 시·도에 머리가 둘 또는 셋 달린 기형조직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제국의 자치단체는 모두 집행기관이 그 보조기관인 교육국장을 임명한다. 미국에서는 주지사나 주(州)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임명하거나, 시장 소속 하에 교육감 또는 교육위원회를 두고 시장이 임명한다. 미국 공교육 개혁의 전도사로 평가받아온 미셸 리 워싱턴 D C 교육감도 애드리언 펜티 시장이 임명했고, 펜티 시장이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에서 패한 후 사퇴했다. 일본은 보통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교육위원회(위원 3~6인) 위원을 자치단체장이 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고, 교육감은 교육위원회가 교육위원 중에서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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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조직이론상 2원화해서는 안 된다. 4년 후 수천억원의 세금만 낭비하는 왜곡된 지방선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방교육청을 시·도에 통합해야 한다. 교육감을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로 뽑는 안, 지방의회가 선출하는 안, 시·도지사가 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안이 있다.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하면 교육감 후보자의 성향을 인지할 수는 있으나 선거제라 정치화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마치 교육부 수장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선거하자는 것과 같다. 지방의회가 선출해도 정치화에는 다름이 없다. 따라서 시·도지사가 교육감 후보자를 지명하고 의회의 청문회를 거쳐 인준을 받아 임명해야 한다. 시·도지사는 정치적 명운을 걸고 교육행정에 주력할 것이다.
2010-11-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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