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사람들의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곳이다. 그 이야기는 공평해야 하고 모든 계층을 포용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렇기에 특정 계층이나 특정 시각을 강요하는 신문은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버드대 니만 언론연구소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언급하고 있는 10가지 원칙 가운데 두번째 원칙인 “언론인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에서도 언론인이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권력도, 기업도 아닌 바로 ‘시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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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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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피플면만큼 세상 사람들의 풋풋한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면도 없을 것이다. 이곳에는 희로애락이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2월10일 콩고 난민 칼라무 가족의 딱한 사연이 피플면에 실린 이후 많은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줄을 이었다. 이 보도결과 12월14일 피플면에서는 ‘서울신문 보도 그 후’를 통해 폐렴에 걸린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살릴 수 있었다는 따뜻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12월14일자 피플면에 실린 금융사기꾼 매도프에 관한 뉴스는 인터넷의 일명 ‘낚시기사’를 읽는 느낌이었다. 월스트리트 기사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보도한 것 같아 주제선정의 아쉬움이 남는다.
피플면에 나온 등장인물들의 빈도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지난 11월23일부터 12월21일까지 약 한 달간에 걸쳐 서울신문의 피플면에 게재된 총 292건의 기사를 심층 분석했다. 인사, 부고, 모임과 같은 단편적 소식을 제외한 피플면에 실린 취재기사 가운데 가장 많았던 기사는 교수 등 학자와 관련된 소식이었다. 각종 단체장 취임, 학술상, 세미나 등이 주류를 이루는 학술 관련 피플 소식은 총 54건으로 전체기사의 19%를 차지했다. 다음이 정부관료 소식과 기업인 관련 소식으로 각각 14%와 13%를 차지했다. 반면 장애인 관련 소식은 6건에 불과해 전체비율 가운데 2% 미만이었다. 사회 저명인사가 아닌 일반인을 주제로 한 기사는 전체 기사 가운데 6%에 해당하는 16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통계결과를 분석해 보면 그 동안의 피플 지면은 학식 있고,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독점하는 ‘그들만의 지면’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외계층과 일반인의 이야기는 좀처럼 들을 수 없었다.
이처럼 일반인의 소식은 올라가기 힘든 피플면이지만 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전광우씨의 경우 11월28일 임명 제청한 상세기사에 이어 12월3일 취임기사까지 실렸다. 국내뉴스뿐만 아니라 외신뉴스도 2회에 걸쳐 자세하게 전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영국가수 수전 보일의 음반 발매소식은 12월1일 외신기사에 이어 12월4일 피플면 머리기사로 음반 발매에 관한 이메일 인터뷰 내용이 실렸다. 이외에도 11월27일 ‘대체적 분쟁해결제도’ 심포지엄에 대한 기사에 이어 12월1일에는 같은 심포지엄을 사진기사로 커버하였고, 12월5일 한양경영대상 시상식 공지기사에 이어 12월7일에는 보도사진 형태로 시상 결과에 대해서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편집 측면에서 보면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다른 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12월17일부터 ‘위기의 2009 희망을 만든 사람들’을 기획해 연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이니만큼 이 기사는 피플면에 배치해야 적절했을 것 같다. 같은 날 14면 국제면에서는 벤 버냉키가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이 또한 피플면에 배치해 선정에 대한 맥락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했다. 피플면에 실린 보도가 일반서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사회 일부계층의 소식이나 기업의 홍보면으로 전락해선 안 될 것이다. 새해에는 따뜻한 우리 이웃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공평하게 전달하는 감동적인 피플면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2009-12-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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