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하의 시시콜콜-사찰

전경하의 시시콜콜-사찰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0-11-27 17:30
수정 2020-11-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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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査察)은 조사해서 살핀다는 뜻이다. 보통 국가 권력이 주체가 돼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동태를 조사하는 일을 일컫는다. 국가를 운영하다 보면 정보 수집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대상과 범위이며 이에 대한 정확한 법령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법령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는 적절하게 통제되고 관리돼야 한다. 법적 권한도 없이 권력 유지를 위해 정보를 수집·보관하는 사찰은 불법이다.

30년 전인 1990년 10월 4일은 국가 권력에 의한 불법 사찰이 대대적으로 공개된 날이다. 당시 보안사령부에 근무했던 육군 이병 윤석양씨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영 시 갖고 나온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기록을 공개했다. 1300여명의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종교인, 교수, 재야인사 등 민간인들의 자격면허, 해외여행, 정당 및 사회활동, 교우 및 배후인물, 개인 특성 등의 정보가 담긴 자료였다. 이 사건으로 국방부 장관과 보안사령관이 해임되고 보안사령부는 기무사령부로 축소개편됐다. 대법원은 1998년 7월 피해자당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종 판결까지 8년이 걸렸다.

기무사도 불법사찰 논란을 겪었다. 2009년 민주노동당에 대한 불법사찰이 발각돼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피해자들에게 총 1억 26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의 학력, 정치 성향 등은 물론 활동 동향 등을 불법 수집한 혐의로 현재 2심 판결이 진행중이다. 기무사는 2018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뀌었다.

정보기관 안팎에서 주로 이뤄졌던 사찰 논란이 사법 분야로 옮겨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사유 중 하나로 ‘재판부 사찰’을 명기했기 때문이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지난 2월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만들어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은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논란이 일자 윤 총장 측 변호인은 사찰 의혹 문건을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 보겠다”며 지난 26일 공개했다. 문건에는 판사 30여명에 대한 출신, 주요 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이 적혀있다. ‘MB 항소심 징역17년 선고’, ‘삼바 증선위 상대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등 판결 내용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검찰간부의 처제’), 성향(‘우리법연구회 출신’) 등도 있다. 이런 정보 수집 행위가 검찰의 활동이나 직무에 포함될까. 윤 총장 측은 “공소 유지를 위해 재판부의 재판 스타일을 알 필요가 있다”는 주장인데 증거와 증언으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에게 판사에 대한 개인정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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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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