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5년 만의 면피성 만남/이현정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5년 만의 면피성 만남/이현정 정치부 기자

입력 2013-10-25 00:00
수정 2013-10-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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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길고 만남은 아쉬웠다. 2007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빈손으로 쫓겨난 금강산 기업인들은 생활고에 지쳐 5년간 20여 차례 통일부 장관실 문을 두드린 끝에 지난 23일 류길재 장관과 마주 앉았다. 금강산 관광 주무부처의 수장이 금강산 기업인들을 만난 건 관광 중단 이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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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정치부 기자
이현정 정치부 기자
긴 기다림 끝에 성사된 면담인 만큼 기대감은 컸다. 금강산관광사업에 투자한 영세업체 모임인 ‘금강산기업인협의회’(금기협)는 이날 면담에서 당장의 생계와 직결된 대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류 장관은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담 참석자들이 전한 류 장관의 발언은 통일부의 공식발표와 상당한 온도 차를 보였다. 한 참석자는 류 장관이 금기협의 추가 대출 요구에 대해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을 거론하고는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기업인들 입장에선 5년간의 기다림 끝에 다시 기약 없는 정부의 약속을 받아든 셈이다.

정부는 관광 중단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금강산 협력업체들에 총 115억원의 특별대출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들은 투자금액의 5.8%밖에 대출이 안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강산 기업인들을 추가 지원하게 되면 정부는 형평성에 맞춰 5·24조치로 피해를 입은 남북경협기업들도 지원해야 한다. 사정은 딱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늘어가는 민간 기업 피해를 모두 세금으로 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금기협 면담 과정에서 보여준 통일부의 태도다. 통일부는 금기협과의 면담을 비공개에 부쳤다. 금기협 관계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모두발언도 공개하지 않았다. 비공개 방침은 면담 당일에서야 금기협에 통보됐다. 금기협 관계자는 “왜 우리가 장관과 만나는 것조차 감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금기협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너무 공개적으로 하면 금강산 관광을 당장 재개하는 듯한 잘못된 메시지를 북한에 줄 수도 있어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면담 전날인 22일 류 장관이 서울외신기자클럽과의 간담회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용의 있다”고 발언한 것이 당장 관광을 재개하는 것처럼 비쳐 부담스러웠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면담 직후 예정된 금기협 기자회견도 통일부가 남북회담본부 밖에서 진행할 것을 요구해 20여분간 기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회담본부 밖은 사람이 서 있을 여유공간이 없는 차도다. 결국 회담본부 건물을 사진에 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기자회견은 정원 쪽을 등지고 진행됐다. 면담 의미의 확대해석을 막는 데 급급한 정부의 태도에 금기협 관계자들은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어야 했다.

근본적 해결책은 관광 재개다. 그렇다고 마냥 관광 재개만 기다리기에는 기업인들의 사정이 절박하다. 파산과 가정파탄으로 자살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보다 진정성 있게 경청하는 자세와 실질적인 해결방안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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