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악덕 체납자/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악덕 체납자/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0-12-14 00:00
수정 2010-12-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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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진보적인 편이다. 미국의 민주당도 공화당보다는 진보적이다.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부자의 세금을 놓고 양당은 충돌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보수성향 정당과 진보성향 정당은 고소득자의 세금과 관련한 입장에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이나 한국의 민주당 모두 고소득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두 나라 부자들의 행동은 달랐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며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도입했던 감세혜택은 원래 계획대로 올해 말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 부자는 워런 버핏만이 아니다. ‘튼튼한 국가회계를 위한 애국 백만장자’ 모임 소속 45명은 “연간 100만달러(약 11억원) 소득자에 대해서는 감세 연장을 하지 말고 과세해야 한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일부에서는 민주당 쪽 성향의 백만장자들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설령 그렇더라도 우리나라 부자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기자가 과문(寡聞)한 탓인지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부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소위 진보적인 성향의 부자들 중 그 누구도 세금을 더 내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진보적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고소득자 세금을 놓고 벌어진 공방에서는 침묵한 부자들이 널려 있다. 한국의 부자와 재벌들은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탈세를 할지, 능력도 별로 없는 자녀에게 세습시킬지를 놓고 온 신경을 쓰고 있다면 지나칠까.

어제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1억원 이상 지방세를 내지 않은 악성 체납자 3019명을 공개했다. 이중에는 부도나 폐업 등으로 세금을 낼 형편이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돈은 많은데 빼돌린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 38세금기동대가 2001년 10월부터 지난 10월까지 고액 체납자의 숨겨진 재산을 추적해 징수한 금액만 4056억원이나 된다. 그만큼 파렴치한 체납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헌법상 대표적인 의무로는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와 함께 납세의 의무가 꼽힌다. 살림이 어려운 서민들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 여유 있는 계층에서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분명 공정한 사회는 아니다. 한국 부자와 재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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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2010-12-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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