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학생연애권/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학생연애권/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11-18 00:00
수정 2010-11-1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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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남녀 간 사랑에 제한과 제약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근대화 이전 봉건적 사회에서 통념과 규율을 벗어난 사랑과 연애는 목숨까지 위협 받는 위험한 것이고 비극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철천지 원수인 가문의 틈새에서 몰래 사랑을 키우다 비통한 최후를 맞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속 두 주인공. 그 남녀는 여전히 통념·규율에 희생된 비련의 전형으로 회자된다.

숭고한 사랑을 위한 몸부림은 왕관과 종교의 포기로까지 이어진다. 1936년 미국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 열애 끝에 국왕자리를 박찬 영국왕 에드워드 8세. 2001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로마교황청으로부터 파문 당한 잠비아 출신 에마뉘엘 밀링고 대주교. 왕관을 버린 에드워드 8세나 파문 당한 밀링고 대주교의 공통점은 사랑과 연애를 위한 현실의 극복일 터. 역시 연애의 과정은 고통스러운가 보다.

이 땅에서 ‘자유 연애’가 퍼지기까지는 갈등의 점철이었다. 자유 연애라면 1920년대 초 서방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신여성의 사랑을 시초로 든다. 부모가 정한 배필을 얼굴도 못 보고 결혼하던 시절 자유연애는 자아의 발견과 독립으로 인식됐을 것이다. 당시 이광수가 학지광에 발표한 ‘혼인에 대한 편견’을 보면 “연애의 근거는 남녀 상호의 개성 이해, 존경과 상호 간에 일어나는 열렬한 애정”이라 쓰고 있다. 강압적 결합이 아닌 쌍방 관계의 주창이었으니 자유연애는 분명 혁명이었을 것이다.

청소년 인권단체인 아수나로가 ‘학생 연애권’을 들고 나섰다. 전국 중·고교의 81%가 이성교제·신체접촉을 금하는 교칙을 두고 있단다. 학교는 학생들의 사랑과 성을 처벌하는 전근대적 인식에 매몰됐으니 청소년들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달라는 주장이다. ‘남녀가 50㎝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이성교제로 세번 적발시 퇴학’이란 학교들의 규정을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가뜩이나 달포 전쯤 서울시교육청이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과 인권 보장을 위한 학생생활규정을 제·개정토록 학교들에 공문을 보낸 마당이다. 1920년대 신여성의 ‘자유 연애’시절 혼돈을 떠올린다.

미국에선 요즘 남녀 학생이 따로 수업을 받는 교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진동하는 때 ‘남녀칠세부동석’식 격리야 시대착오일 터. 하지만 다름에 대한 인정에서 키워가는 성숙한 성적 결정권이 더 낫지 않을까. 요즘 흔한 인권의 홍수 속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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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11-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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