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오진암/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진암/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10-30 00:00
수정 201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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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음습한 과거사엔 흔히 안가(安家)와 요정이 들춰진다. 안가가 1960∼70년대 군사정권 시절 은밀한 모임이 열리던 군부·권위주의의 공간이라면 요정은 70∼80년대 정치인, 고위관리, 기업인들의 회동이 이어진 막후정치의 산실. 말이 좋아 안가, 요리집이지 야합·공작의 현장이자 검은 거래의 중심이었다. 정치와 생활상의 변화로 사라져 갔지만 여전히 폐쇄적 뒷거래의 상징이다.

군사정권 시절 청와대 인근엔 12곳의 안가가 있었다. 군사정권 이후 대체처로 각광받은 요정도 수십 곳이 활황을 누렸다. 그중에서도 세상에 회자된 요정이라면 단연 오진암, 삼청각, 대원각(현 길상사) 등이 꼽힌다. 이른바 ‘밤의 정치’의 대표 무대. 걸어 들어오는 사람은 있어도 소형 차를 타고 오는 사람은 없다던 문턱 높은 음식점에서 콧대 높은 여종업원들의 시중을 받기란 서민들에겐 턱도 없었을 터. 그 문턱 높은 요정들이 이젠 복합문화공간(삼청각)이며 수행공간(길상사)으로 바뀐 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니 세상은 많이 변했다.

밀실의 안가를 대체한 요정정치의 효시격 공간은 오진암이라 한다. 마당에 멋진 오동나무가 있다 해서 반세기 전 고급 한정식집을 연 주인이 이름을 지었다는 ‘서울시 등록 1호식당’. 요정정치의 산실이라지만 예부터 유명한 문화공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말기 당대의 화가였던 이병직이 살던 집이요, 경기민요의 대가 안비취가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후진을 키운 현장이다. 세상에 휩쓸려 변해 갔지만 그 터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고급 요정으로 명성을 떨치던 오진암의 거취가 화제다. 오진암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관광호텔을 짓겠다던 부동산개발사가 서울시의 이전·복원 요청을 받아들였단다. 오진암 본채며 행랑채, 정원 모습을 그대로 살려 옮긴다니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은 피한 셈이다.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의 박성철 제2부수상이 만나 7·4남북공동성명을 논의했다는 역사적 현장.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거물 인사들의 단골요정에서 허름한 밥집으로 전락해 지난해엔 성매매 알선의 추태까지 전했던 오진암의 유전이 예사롭지 않다.

오진암이 문화재로서의 보존가치가 없다던 서울시가 오진암 이전·복원을 결정한 이유로 역사성을 들었다고 한다. 남아 있는 유·무형의 잔재는 고귀하기만 한 것일까. 사라지는 모든 것이 아름답진 않겠다. 이왕 역사성을 들춰 복원할 거라면 겉모습만 말고 그 안의 숨결도 숨김없이 살리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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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일하는 의회, 정책으로 승부할 것”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10-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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